- 폐쇄적 컨소시엄, 시대 뒤처져
- 자동차에 IT·로봇 융복합 등
- 사업모델 발굴, 민간 주도해야
- 부산 해양플랜트 인프라 훌륭
- 관련 엔지니어링 산업 육성 땐
- 중국 등과 조선업 경쟁서 우위
- 중소기업 기술 보상받게 하고
- 이공계 대학 살리기에 힘써야
수년 전 독일에서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 거대한 물결 속에서 부산의 중소기업들이 생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책전문가, 벤처기업인, 연구자, 협동조합 대표 등 현장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더 나아가 '부산판 4차 산업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중소기업들이 성장하려면 대기업들의 횡포를 제대로 제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4차 산업혁명, 남의 떡인가
부산에서도 '절박한 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은 업종별 협동조합이 잘 조직돼 있고 각종 산업군도 골고루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이종 산업간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여건이 성숙돼 있다.
'4차 산업혁명, 새로운 미래의 물결' 저자인 김인숙 한국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부산의 자동차 부품업계, 조선·해양기자재 업계 등 제조업, ICT 기업들, 플랫폼 기업, 해외 기업들이 참여하는 플랫폼 형태의 모임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여태까지 포럼이나 협의체 등은 모두 정부 주도로 만들어졌지만 독일의 4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 4.0)은 민간의 협회 주도로 이뤄졌다"며 "부산에서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을 위한, 예를 들어 '부산경제 플랫폼 4.0'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에는 협동조합 위주로 구성돼야 하고 정부는 인프라만 깔아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생존을 위해 절박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지자체, 부산상의, 연구 및 지원기관 관계자들이 한두 달 동안 워크숍을 지속적, 반복적으로 열고 이와 함께 실무점검반(working group)을 구성해 사업모델을 발굴하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대기업은 글로벌 인프라는 좋지만 아이디어가 적고, 중소기업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도약을 위한 발판(대기업)이 필요하다. 끊임 없이 시장과 고객이 참여하면 기술의 상용화 여부를 점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에서는 컨소시엄 방식으로, 독일은 플랫폼 방식으로 했는데 컨소시엄은 폐쇄적이어서 '플랫폼 경제' 시대에는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플랫폼'이란 아이디어나 제품을 교환·확산하는데 도움을 주는 추상적 공간이나 인적그룹을 뜻한다.
4차 산업혁명이란 기존의 혁신을 훌쩍 뛰어넘는 창조적 사업모델의 발굴 과정이지, 스마트 팩토리 등의 결과물만을 뜻하는 개념은 아니다.
이와 관련, 자동차 부품 업계를 중심으로 이종 산업간 융·복합 움직임이 감지된다.
오린태 부산자동차부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IT, 로봇산업과 자동차를 접목하려고 한다. 자동차가 무인화되면 그때의 자동차는 인간의 생활패턴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아날로그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뀐 것처럼 IT, 로봇, 자동차가 접목되면 자동차 소유자가 모든 것을 자동차 안에서 해결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산시가 서민들을 위한 전기차 아이템을 개발한다면 조합 차원에서 참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부산시, 부산테크노파크, 르노삼성과 전기차와 관련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동차업계 뿐만 아니라 항공업계 역시 드론 제조 및 활용과 관련해 로봇, IT 업종 뿐 아니라 영상 분야와의 접목 역시 활발하다.
■제조업 육성 방안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재직 시절 현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의 근간인 '제조업 혁신 3.0 전략'(2014년 6월)을 입안한 윤상직 의원(부산 기장군)은 "부산은 엔지니어링 산업을 키워야 한다. 해양플랜트 산업은 엔지니어링 산업과 관계가 깊다. 부산에는 심해공학수조, 조선기자재 인증시험 센터 등의 인프라가 잘 깔려 있다"며 "다른 기계 산업에서도 이 시험인증센터 등의 인프라를 잘 활용하면 엔지니어링 분야를 키울 수 있다. 해양플랜트만 볼 것이 아니라 엔지니어링 시험인증과 관련된 산업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링 산업이란 기술과제의 목표 달성을 위해 공학시스템을 설계, 개발, 구축, 운영하는 경제활동이다.
윤 의원은 또 "해양플랜트 산업에 대해 우리는 많은 비용을 지불했는데 이를 오히려 진입장벽으로 활용해야 한다. 중국은 조선은 가능하지만 해양플랜트 제조는 못한다. 해양플랜트를 통해 축적된 엔지니어링 능력을 IT와 접목하면 이를 다른 방향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박 산업과 관련,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서상현 소장은 "조선업계의 새로운 방향 설정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대한 대응이다. IMO는 황산화물과 질산화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두 오염물질을 줄이려면 탈황, 탈질장치를 부착하거나 LNG를 사용하는 선박을 이용해야 한다. LNG 추진선박을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건조해야 하고 LNG 추진선박들이 연료를 공급받을 LNG 벙커링 기지 구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에 대한 선점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전제조건은
중소기업들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영위하고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의 뿌리가 되려면 정부가 대기업의 횡포를 제대로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독일,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 '히든 챔피언'(강소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것은 대기업 중심의 산업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동차, 로봇용 센서 등을 만드는 주식회사 이엠티(부산 해운대구) 고영호 사장은 "대기업들은 직접 기술을 개발하기 보다는 중소기업들이 개발하고 대기업들은 이를 통합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같은 벤처기업들이 싹을 틔우고 올라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벤처들이 기술을 개발해 놓았는데 대기업들이 탈취하면 공정위는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문제인데 중소기업에는 사람 없고 대기업은 넘친다. 전국 대학이 이공계가 불안정하고 고급인재가 배출이 안된다"며 "주요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학 실험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그렇다보니 중소 기업들은 인력난에 허덕인다. 제일 먼저 해야하는 것은 이공계 대학 살리기"라고 강조했다.
※ 독일 인더스트리 4.0
2013년 중소기업을 포함한 산업계 협회 주도로 시작된 4차 산업혁명. 구글, 아마존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한 독일은 자신들의 강점인 제조업에 사물 인터넷을 접목시켰다. 정보공학, 기계공학, 전자공학을 융합한 것이다. 독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Industrie 4.0으로 부르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사용됐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 끝-
각국의 제조업 르네상스 추진 현황 |
국가 |
구호 |
내용 |
독일 |
인더스트리 4.0 |
산업계 중심 인더스트리 4.0 플랫폼 발족 |
미국 |
리메이킹 아메리카 |
제조기업의 국내 재유치 추진 |
중국 |
自主創新 |
글로벌 혁신기술 개발, 7대 전략산업 육성 |
일본 |
산업재흥 플랜 |
산업경쟁력강화법 제정, 신산업 규제 혁파 |
한국 |
제조업 혁신 3.0 전략 |
마트공장 1만개 보급, 기업활력제고법 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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