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받는 급여에서 세금처럼 빠져나가는 국민연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가끔 있을 것이다. 근로소득자의 경우 건강보험금,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개인 급여통장에서 매월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앉아서 손해 본다는 생각도 든다. 이에 더해 미래에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돼 연금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더 불안해진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다른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같은 막대한 기금이 없이도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심지어 독일은 2003년 당시 14일치 기금밖에 없었다고 한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것은 이들 국가들이 별도의 거대한 기금을 쌓지 않고 젊은 세대들에게 거둔 돈을 곧장 노인 세대에게 가져다주는 연금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기금이 고갈되면 이러한 방식으로 전환해 가입자들에게 연금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그럼, 노인부양에 지친 젊은 세대들이 단체적으로 국민연금을 거부해서 국민연금이 붕괴되지는 않을까? 그렇지 않다.

2050년 노인들에게 국민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우리나라 총생산의 5.5%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캐나다나 이탈리아, 터키 등은 이보다 부담률이 훨씬 높다. 그러나 해당 국가들의 청년 세대가 국민연금 납부를 거부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다.



결론적으로 불안감을 조금은 해소하고, 풍족한 노후를 위함이 아닌 최소한의 노후빈곤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으로서 국민연금은 반드시 가입하고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8년에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후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 연금으로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강제적 연금이다.

전 국민 단일제도로 운영되고 사회보험료 재원의 확정급여방식이다. 부분적립방식(수입과 지출이 매년 같도록 하는 부과방식과 장기에 걸쳐 수입합계와 지출합계가 같도록 하는 적립방식의 중간형태)으로 세대 내 및 세대 간 소득 재분배 기능도 수행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근로자의 경우, 소득의 9%에 해당하는 금액을 본인과 회사가 각각 절반씩, 즉 4.5%씩 부담하게 되는데 월급에서 원천징수한다.

자영업자 등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의 경우에는 본인이 9% 전액을 납부해야 한다.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자(예를 들면 전업주부)는 60세 이전에 본인 명의로 가입한다면 임의가입자가 되는 것이고,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가 60세 이후에 계속 가입을 원할 경우는 임의 계속 가입자가 되는 것이다.

납부된 금액은 국가가 운영하여 가입자가 노령, 장애, 사망 등으로 소득활동을 할 수 없을 때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급하게 된다.



연금 보험료와 관련해서는 일정 사유 발생 시 납부 유예를 해주는 보험료 납부예외제도와 납부예외 중인 자가 납부재개 시 납부예외 기간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추후에 납부해 가입기간을 인정받을 수 있는 추후납부제도 그리고 반환일시금 수령 후 가입자 자격 재취득시 소정의 이자를 가산하여 반납하면 가입기간을 복원시켜주는 반환일시금 반납제도가 있어 이를 이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국가가 보장하는 종신형 연금으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기 때문에 연금의 실질가치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무조건 연금을 받을 수 있으므로 살아있는 동안 모아놓은 적립금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국가의 책임 하에 운영되니 개인기업의 운용 과정에서 파산 등의 걱정에서 벗어나 신뢰의 폭이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은 개인연금과 비교해 실질가치로 따졌을 때 본인이 낸 돈보다 30~160% 더 많이 수령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금은 대표적인 시간상품으로 오래 살수록 많은 이익을 거두는 장수게임 상품이니 단순 가치로는 따질 수 없지만 국민연금은 이러한 점까지 커버하는 상품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민간기업의 개인연금 상품은 계약자가 낸 돈으로 장기간 운용한 뒤 역시 장기간 연금으로 안정적으로 주기 위해 사업비, 수수료 등을 차감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급여의 경우 수령 시기는 원칙적으로는 만 60세부터 받도록 되어 있으나 노령사회로의 진전이 점점 빨라지면서 연금 수령시기를 출생연도에 따라 달리 적용하고 있다. 즉, 1952년 이전 출생자의 경우 만 60세부터 수령하지만 1969년 이후 출생자의 경우 만 65세부터 수령이 가능하다.



매월 지급되는 연금급여는 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급여로 국민연금의 기초가 되는 급여인 노령연금, 장애로 인한 소득감소에 대비한 급여인 장애연금, 가입자의 사망으로 인한 유족의 생계보호를 위한 급여인 유족연금으로 나눈다. 일시금 급여는 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더 이상 가입할 수 없는 경우 청산적 성격으로 지급되는 반환일시금과 유족연금 또는 반환일시금을 받지 못할 경우 장제 보조적, 보상적 성격으로 지급되는 사망일시금으로 분류된다. 즉, 연금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일시금을 받는 것이다.



연금액은 기본연금액에 지급율을 곱하고 부양가족연금액을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연금액 = 기본연금액 * 지급율 + 부양가족 연금액).

지급율을 살펴보면 노령연금 지급율은 가입 기간 10년 50% (1년당 5% 증가) 20년 가입해야 100%인 셈이다. 장애연금 지급율은 1급의 경우 100%, 2급이 80%, 3급이 60%, 4급은 225%(일시보상금) 지급한다. 유족연금 지급율은 가입 기간 10년 미만 40%, 10년 이상 20년 미만 50%, 20년 이상 60%로 지급된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노령연금의 경우 1969년생 이후 국민연금 수령자는 65세부터 수령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과 같이 50대 후반에 퇴직이 잦은 시대에 사는 직장인들의 입장에서는 노후자금의 필요성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조기노령연금이다. 조기노령연금은 가입 기간 10년 이상, 소득이 없는 경우 일반 노령연금보다 5년 먼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조기에 지급하는 만큼 지급 개시 연령에 청구하는 것에 비해 감액 지급된다.

1개월마다 0.5% 감액되는데 최장 5년(60개월)을 미리 청구하면 30%(0.5%*60) 감액된 연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국민연금 외 다른 수입이 있거나 사적연금으로 인해 국민연금 수령을 연기해 더 많은 연금액을 받고 싶은 사람은 지급 연기를 할 수 있다. 이를 연기연금제도라 한다. 당연히 연기한 만큼 늘어난 연금액을 받을 수 있다.

본인의 희망에 의해 1회에 한해 최장 5년(수급개시연령+ 5년)까지 연기할 수 있다. 향후 연금을 받을 때는 연기한 1개월당 0.6%씩 증액된 연금을 사망 시까지 받는다.



국민연금 공단 홈페이지에서 본인의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통하여 현재 기준으로 예상할 수 있는 미래 연금액을 구할 수도 있고,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을 통해서도 본인의 연금조회가 가능하다.

3층 연금보장 중 가장 중요하고 기초가 되며 최소한 노후에 빈곤한 삶을 살지 않도록 하는 최저보장기능으로서의 국민연금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차호중 하이투자증권 동래지점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