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물가상승률이 빨라지면서 인플레이션 사이클 진입에 대한 기대도 확산되고 있다. 예상을 웃도는 물가상승률은 기업심리 개선으로 이어졌으며,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도 높였다. 인플레이션 사이클기대감은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철강을 비롯한 경기민감주가 코스피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물가상승은 지난해 유가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 요인이 가장 크며, 유가 기저효과는 2월을 정점으로 둔화된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수요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현재의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하면 여전히 수요회복을 기대할만한 국가가 거의 없다.

미국은 안정적인 고용시장에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올해에도 여타 국가 대비 견조한 성장세를 시현할 전망이다.여기에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의 재정정책 공약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수요확대와 물가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연준은 경기과열을 우려하며 연내 3차례 금리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지만 재정확장정책으로 인한 수요 확대가 올해 시장 기대수준을 충족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완전 고용상태에 다다른 미국에 확장적 재정정책은 경기과열 우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시퀘스터로 인한 재정지출 제약도 재정확대정책에 걸림돌이다. 정책이 시행될 때까지의 절차도 길다. 한편 트럼프 당선자가 현재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리쇼어링과 보호무역주의다. 오히려 교역 둔화로 글로벌 수요 위축을 초래할 소지가 있는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정책발표가 있을 때까지 한동안 기대감은 유효하겠으나, 앞서 트럼프 당선자 기자회견에서 확인한 것처럼 관련 이벤트가 발생하는 시점마다 오히려 정책 의구심은 높아지고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과열된 트럼프발 인플레이션 기대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한편 글로벌 수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은 여전히 과잉공급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를 보면, 생산자물가상승세가 가파른 반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둔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는 것은 기업이 비용인 원자재가격 상승분이 최종생산물 가격에 전가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원자재 중심의 물가상승이 기업 수익개선 보다 마진 축소 압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국가들이 저성장 기조를 탈피하지 못한 채,미국발 글로벌 금리상승 압력에 처해있다. 지난해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탈피해 글로벌 경제가 리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은 분명 환영 받을만한 일이다. 하지만 정책 기대 등이 선반영 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과열된 인플레이션 기대를 조정해야 할 시점이다.

이하연 BNK투자증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