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계·소프트웨어 오류는 아냐"
- 8가지 검사 도입 등 계획 밝혀
- 일부 전문가들 "규명 미흡" 지적
- 배터리사에 책임묻지 않아 논란
지난해 10월 단종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이하 갤노트7)은 제품 설계상의 문제나 소프트웨어 오류 때문이 아닌, 배터리 자체 결함 탓에 소손(燒損·불에 타서 부서짐)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 |  |
|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23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서 갤럭시 노트7 결함 원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배터리 결함이 단락 현상 초래"
삼성전자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은 2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안전인증 회사인 UL과 함께 3개월간 조사한 갤노트7의 발화 원인을 발표했다. 고 사장은 "해당 제품 20만 대와 배터리 3만 개를 이용해 대규모 충·방전 시험을 한 결과 갤노트7에 탑재된 두 종류의 배터리에서 각기 다른 원인으로 소손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배터리 결함'이 갤노트7의 발화 원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노트7에는 삼성SDI의 배터리와 중국 업체인 ATL의 배터리가 사용됐다. 제품 출시 초기에 장착된 전자 배터리에서는 우측 코너 눌림 현상과 지나치게 얇은 분리막이 발견됐다. 리콜 후 새로 장착된 후자 배터리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융착 돌기와 절연테이프 미부착 등의 결함이 포착됐다. 이 같은 결함이 기기 내부에서 단락(스파크)을 일으켜 소손 현상이 발생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갤노트7의 방수·방진 기능이 강화돼 제품 내부에 있는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했다거나 홍채인식 센서의 과부하 등 일부 전문가들이 제기한 제품 설계상의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삼성전자는 8가지 배터리 검사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다중 안전장치를 적용하는 등 앞으로 출시되는 자사 스마트폰의 안전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애초 다음 달 공개하기로 한 갤럭시S8은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기 위해 출시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발화 원인 규명 미흡" 지적도
이로써 삼성전자에 총 7조 원의 손실을 안긴 갤노트7 단종 사태는 지난해 8월 말 첫 발화 사고가 발생한 이후 5개월 만에 사실상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정치적 리스크에 휘말려 각종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린 삼성전자도 발화 원인 규명을 계기로 반전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과거 삼성전자 측이 '배터리 결함'을 부인한 적이 있는 데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원인 규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 신종균 IT·모바일(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10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여러 시료를 통해 검사한 결과 배터리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발화 원인을 배터리 결함으로 규정하면서도 배터리 제조사에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점이나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내놓은 것을 놓고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과실은 배터리 제조사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서 정작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책임을 최소화하거나 사태를 하루빨리 수습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