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공장주 경매처분 준비

조선산업 불황의 그림자가 부산지역 주요 산업단지 내 부동산까지 덮쳤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공장을 내놓는 업체가 많지만 정작 사려는 이가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미래가치 때문이라도 웬만하면 안 떨어진다'던 공장 가격마저 급락하고 있다.

22일 본지 취재진이 지역 부동산업계, 조선 및 기계업체, 산업단지공단, 부산경제진흥원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녹산산단) 일대 공장(3300㎡ 기준)의 매매가는 3.3㎡당 평균 320만 원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 3.3㎡당 400만 원에 거래되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1년 새 20%가량이나 폭락한 셈이다.

임대료도 마찬가지다. 부산 강서구 A 공인중개사 대표는 "지난해 초 3.3㎡당 월 2만5000원 수준이던 녹산산단 공장의 임대료는 현재 1만7000~1만8000원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아예 매매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일부 공장주는 공장을 경매로 처분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녹산산단의 경우 곳곳에 공장 매매·임대 펼침막이 걸려 있는 등 매물은 계속 쌓이고 있는데, 매수세는 뚝 끊긴 상황이다. 조선기자재 업체 B사는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기 위해 지난해 6월께 공장을 매물로 내놨지만 반년 넘게 거래되지 않고, 하반기 이후에는 가격이 폭락하자 아예 이전 계획을 접었다. 이 때문에 타 지역에 마련했던 부지는 공터로 방치되고 있다. 또 기계부품 업체 C사는 지난해 초부터 공장을 임대로 내놓았지만 10개월 동안이나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한숨 짓고 있다.

산단 일대 부동산 가격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해 불거진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것이지만, 불안감은 지역 조선기자재 업계를 넘어 다른 산업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조선기자재 업종과 함께 부산 경제를 이끄는 기계부품 산업 역시 불경기에 따른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시기계공업협동조합 김종관 전무는 "회원사 전체적으로 2~3년간 불경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장의 매매가나 임대료가 하락하는 것도 문제지만, 매수자가 나오지 않아 사업을 청산하려고 해도 그마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경제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녹산산단 입주 기업 1676개사 중 12.7%인 213개사가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있다. 미음산단은 291개 업체 중 34개 업체(11.7%)가 공장 문을 닫았고. 화전산단은 335개 업체 가운데 20개 업체(6%)가 미가동 업체로 분류된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산본부 관계자는 "부산지역 산단의 공장 및 부동산 가격은 조선산업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현재 매매가와 임대료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나 올해 하반기부터 업황이 개선될 경우 부동산 가격은 안정세를 되찾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병욱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