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정국·美 금리인상 등 영향

소비심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청와대 게이트' 등 정국 불안,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심리 위축이 '소비절벽(소비를 하지 않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7일 '2016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2로 11월(95.8)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94.2)과 같은 수준으로 7년8개월 만에 가장 낮다. CCSI는 8월 이후 3개월간 101선에 머물다 대내외적 불안이 가중된 11월부터 100 이하로 떨어져 2개월 연속 후퇴했다. 기준선(2003∼2015년 평균치) 100보다 낮으면 소비자 심리가 장기평균보다 비관적임을 뜻한다.

낙폭이 큰 부문을 살펴보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를 보여주는 현재경기판단 CSI가 두드러진다. 지난달보다 5포인트 낮은 55로, 2009년 3월 이후 7년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현재의 경기가 6개월 전보다 나빠졌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전보다 늘어났다는 뜻이다. 주택가격전망CSI(97)는 한 달 새 10포인트 급락해 2013년 2월(95) 이후 3년10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 이하로 떨어졌다. 1년 후 집값이 현재보다 하락할 것이라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반면 금리수준전망 CSI(124), 물가수준전망 CSI(141)은 전달보다 각각 12, 3포인트 상승했다. 이를 종합하면 소비자가 경기와 생활형편이 나빠졌지만 물가와 금리는 오르고 집값은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지출을 줄여 소비절벽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한편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2017년 경제금융시장전망'에서 "소비성향 하락, 빠른 고령화, 가계부채 부담 등의 구조적인 요인과 청년실업 문제, 전세가 상승에 따른 주거비 부담 등으로 민간소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