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는 전국의 30% 차지
- 제조업 비중 10%로 급감 뒤
- 성장 동력 잃고 추락세

- 전국 1000대 기업에 속한
- 지역 제조업체도 15곳 불과
- 8년 새 절반 이상 줄어

- 차 부품 - 41%, 기계 -19%
- 대중국 수출 부진에 타격

인구 350만 명 도시 부산의 수출이 인구 150만 명에 불과한 광주시에 뒤질 정도로 내리막길을 걷는 것은 조선·해운, 자동차부품 등의 일시적인 업황 부진은 물론 제조업 기반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조업의 경우 수출액 증감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수출 증가를 위해서는 제조업을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제조업의 성패는 수출은 물론이고 일자리와 소비,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
■ 제조업체 수 5년간 제자리

2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부산지역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12억4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1%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산업기계의 수출액은 19.5% 감소했고, 선박용 엔진 및 부품도 13.8% 줄었다. 이들 업종은 부산의 주력 제조업이어서 전반적인 부산의 수출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한진해운 사태 등이 겹치면서 조선·해운업이 타격을 입은 게 결정타였다.

부산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도 원인으로 꼽힌다. 부산은 올해 1~11월 대중국 수출액이 16억56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했다. 또 다른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와 3.0% 줄었다.

그러나 부산 수출이 부진을 겪는 근본적인 원인은 주력 업종의 일시적인 경기 불황 때문이 아니라 제조업 기반 자체가 무너진 데 있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부산 제조업체의 수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부산의 총산업 중 제조업 비중은 2010년 10.0%에서 2014년 10.4%로 사실상 그대로다. 이에 따라 제조업 중심의 수출 성장세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때 30% 수준까지 올라갔던 부산 수출의 전국 비중은 최근 5년간 3%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 생산성 향상 대책 마련 절실

제조업체의 수도 문제지만 이들 업체의 생산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게 더 골칫거리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올해 '전국 1000대 기업'에 속한 부산 기업은 모두 41개사로 이들 기업 중 제조업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금융 및 보험업이 8개사로 가장 많고, 도매 및 소매업이 7개사로 뒤를 이었다. 반면 부산의 주력 산업으로 여겨지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는 3개사에 불과하고, 선박 및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체는 한진중공업이 유일하게 1000대 기업에 포함됐다.

이 같은 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다. 2008년 1000대 기업 중 부산의 제조업체는 35개사에 달했으나 2015년 19개사로 줄어든 뒤 지난해에도 다시 감소했다. 지난해 1000대 기업에 포함됐다가 올해 밀려난 부산 기업은 모두 10개사로 이 중 절반인 5개사가 제조업체다. 철강, 화학, 수산물 제조업체들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부산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 및 경제 성장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부산상의 김재동 조사연구팀장은 "부산은 산업구조 재편에 따라 금융 및 서비스업의 비중은 커지는 반면 제조업은 쪼그라들고 있다. 영국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면 수출은 물론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는 만큼 제조업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욱 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