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고강도 세무조사 이어
- 최근 한국 IT업체와 계약파기
- "사드배치로 더는 투자 못 해"
- 공개적으로 보복 밝힌 건 처음

- 엔터테인먼트 '한한령' 직격탄
- SM, CJ CGV 시총 감소율 커

- 日·대만 관광객 30% 늘었는데
- 중국인 증가율 1.5% 그쳐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 당국이 각종 무역 규제 등에 나서면서 중국 관련 국내 기업들과 문화·관광 산업의 피해가 지난 6개월간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 시총 감소폭 '8조→15조 원'

26일 본지 취재팀이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 내 사드 배치' 계획을 발표한 지난 7월 8일부터 최근까지 한국 경제의 중국 관련 피해 상황을 분석한 결과 ▷중국 소비주(株)들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 ▷중국의 전방위 압박으로 인한 대·중소기업 사업 차질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 1%대로 급락 ▷한류 제한 조처(한한령·限韓令)에 따른 문화 산업 침체 등 다방면에 걸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피해 규모는 회복세를 보이기는커녕 갈수록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우선 중국 관련 10대 소비주(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호텔신라·CJ E&M·CJ CGV·코스맥스·GKL·파라다이스)의 시가총액(종가 기준·우선주 제외)은 '사드 역풍' 탓에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지난 7월 7일 57조6891억 원에서 지난 23일 42조5598억 원으로 15조1293억 원(26.2%)이나 증발했다. 이는 사드 발표 이후 두 달이 흘렀던 지난 9월 중순 때의 시총 감소 폭(8조1992억 원·본지 지난 9월 19일 자 1면 보도)보다 배 가까이 커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 악재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되는 통상적인 시총 흐름과 달리 이들 10개 종목은 오히려 피해가 확산된 셈이다. 10개 종목 중에서도 한한령의 직격탄을 맞은 SM(-34.4%)과 CJ CGV(-28.7%)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들의 시총 감소율이 상대적으로 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974.08(7월 7일)에서 2035.90(12월 23일)으로 3.1% 상승한 것과도 대비된다.

■ 첫 '공식 보복' 사례 등장

다른 기업으로 눈을 돌려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자국에 진출한 롯데그룹에 대해 이달 초 계열사 전반에 대한 세무조사와 각종 점검에 나선 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의 IT 업체인 투비소프트(코스닥 상장사)와의 투자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국영투자기관인 ISPC와 맺은 벤처기업 발굴 관련 사모펀드(PEF) 투자 계약이 불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계약 해지가 주목을 받는 것은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중국 당국의 첫 공식 보복으로 해석될 만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투비소프트는 최초 공시에서 "ISPC가 '사드 배치 등으로 더는 계약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내용의 공문을 일방적으로 보냈다"고 전했다가, 지난 23일 정정공시를 통해서는 "내부적인 상황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공식 보복'과 관련한 한국 내 비판 여론이 커지자 기업 입장에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 추가 피해 대책마련 시급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도 급격히 줄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8월 70.2%(전년 동월 대비)에 달했던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9월 22.8%로 급락한 데 이어 10월에는 4.7%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지난달 증가율은 1.5%에 그쳤다. 11월 일본(29.5%)과 대만(35.3%) 관광객이 30% 안팎으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한국관광공사는 '사드 배치에 따른 한중 관계의 경색'을 중국인 관광객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문제는 중국발 규제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 정치권의 혼선 등과 맞물려 우리 경제의 피해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앞으로도 중국이 통상 압력이나 비관세 장벽을 이용해 추가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커 경제 주체가 감당해야 할 폐해와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