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가계부채 1500조 웃돌 전망

4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2억 원을 대출받은 사람이라면 석 달 전보다 연간 이자 부담만 100만 원 더 지게 됐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가 0.5%포인트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가계부채 규모가 1500조 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가계의 빚 부담은 더욱 커지고, 이자와 빚을 갚느라 소비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22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KEB하나·신한·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11월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식·주담대) 평균금리가 석 달 만에 0.54%포인트 껑충 뛰었다. 지난 8월 2.74%였던 연평균 주담대 금리는 9월 2.92%, 10월 3.00%에 이어 11월 3.28%로 꾸준히 상승했다. 3억 원 대출자라면 추가로 연 150만 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연 2%대에서 형성되던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기준으로 3% 중반에 육박했다. 금리가 가장 낮은 국민은행이 3.18%고 신한은행, 농협은행은 각각 3.34%, 3.40%에 이르렀다.

주담대 금리가 한 달 전보다 0.33%포인트 치솟은 하나·농협은행을 비롯해 신한(0.31%포인트) 우리(0.21%포인트) 국민(0.18%포인트) 은행도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주담대 금리도 각각 3.08%와 3.04%로 3%대 들어섰다. 그러나 시중은행에 비해 증가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금리 오름세는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장금리가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 달에는 주담대 금리가 더 올라 3% 후반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5일(한국시간) 단행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주담대 변동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코픽스 금리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편 내년 말 가계부채가 1500조 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빚 폭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준표 동향분석팀장은 최근 열린 가계부채 세미나에서 내년 말 가계부채 규모가 최대 154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홍 팀장은 "가계부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금분할상환·고정금리 전환 등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고,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은 저소득층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일자리 대책과 서민금융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미희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 은행 평균 대출금리 추이(8~11월) 단위:% 은행명 8월 9월 10월 11월 KB국민은행 2.80 2.90 3.00 3.18 KEB하나은행 2.71 2.77 2.88 3.21 우리은행 2.85 3.17 3.04 3.25 신한은행 2.75 2.94 3.03 3.34 NH농협은행 2.59 2.82 3.07 3.40 BNK부산은행 2.87 2.87 2.96 3.08 BNK경남은행 2.92 2.88 2.99 3.04 ※자료 : 은행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