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만든 회사들은 당혹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불거진 '청와대 게이트'의 불똥이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달력과 다이어리 제작에도 튀고 있다.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 가능성이 급부상하면서 애초 12월 달력에 표기해놓은 '대통령 선거일' 문구를 놓고 기업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달력 제작이 새해가 임박한 시점까지 미뤄질 경우 배포가 늦어져 기업 홍보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위치한 C사는 홍보용 달력 제작을 맡긴 인쇄소에 최종 시안을 수정하겠다고 연락했다. 대통령 선거일을 알리려고 표시해놓은 빨간색 숫자와 문구를 누락시키기 위해서다.

예정대로라면 19대 대선일은 내년 12월 20일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 탄핵을 추진하고 대선이 내년 상반기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자칫 오기될 수 있어 수정하기로 했다.

이러한 혼선은 다른 업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투표율을 높이고 공직선거일도 법정 공휴일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달력과 다이어리 등을 제작하는 기업 및 관공서, 인쇄협동조합 등에 협조 요청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찍부터 제작에 들어간 기업들은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형유통업체 한 곳은 대선일 표기 문제 때문에 제작 일정을 미루기까지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제작, 배포하기 때문에 정치권의 민감한 사안들을 무시하고 제작할 수 없었다"며 "예년 같으면 벌써 달력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나눠줬을 텐데 올해는 많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미 제작을 완료한 업체는 당혹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말 기업 홍보용 새해 달력을 배포한 한 업체 관계자는 "홍보용 제품인데 다시 찍기도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발송했다. 다음 한 해를 준비하는 첫 작업부터 뒤숭숭한 나라 사정때문에 혼선이 초래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