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피동물에 속하는 성게는 야행성이다. 낮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바위틈 등에 머물다가 밤이 되면 감태나 미역 등 해조류를 먹기 위해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전 세계 800여 종 중 국내 해역에서는 식용 가능한 보라성게와 말똥성게 (사진)등이 주로 발견된다. 경상도 사투리로 '앙장구'라 불리는 말똥성게는 말똥을 닮았다. 혹자는 잘 익은 밤송이처럼 생겼다고도 한다. 성체가 지름 4㎝ 전후이며 가시 길이는 5~6㎜ 정도이다. 보라성게의 가시가 길고 날카로운데 비해 말똥성게의 가시는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다.
성게 배를 갈았을 때 나오는 생식선(흔히 성게 알이라 부르지만 정확한 명칭은 생식선이다)은 암수에 따라 색이 다르다. 암컷은 황갈색, 수컷은 황백색을 띤다. 성게 생식선은 맛과 향이 뛰어나 일본으로 수출되는 주요 수산자원이다. 특히 동해안 북쪽에 서식하는 북쪽 말똥성게가 최고로 대접받는다. '제주도 인심은 성게국에서 나온다'는 속담처럼 제주도에서는 성게 생식선을 넣고 미역과 끓인 국을 최고의 별미로 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맛이 달고, 날로 먹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고 전해오는 것처럼 예나 지금이나 말똥성게는 인기 있는 먹을거리임에 틀림없다.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