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각선 "사실상 청산 수순 돌입"

한진해운은 21일 미국 롱비치터미널의 지분 매각 여부와 관련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자회사인 TTI(Total Terminals International) 지분 등의 매각을 추진 중"이라며 "이와 관련해 전문자문사 선임에 대한 법원 허가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또 "추후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한진해운은 전날 매각 주관사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터미널의 지분은 TTI를 통해 54%를 보유한 한진해운과 세계 2위의 스위스 선사인 MSC(46%)가 갖고 있다. 미국 서부항만 컨테이너 물량의 30% 이상을 처리하는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이다. 한진해운은 "회생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매각 추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롱비치터미널 지분(54%)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2대 주주인 MSC가 꼽힌다. 이 선사는 대주주인 한진해운이 터미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이를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현대상선 역시 '높은 가치가 있는 롱비치터미널을 해외 선사에 넘길 수 없다'는 정부 방침과 맞물려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정부는 1조4000억 원 규모로 조성되는 선박펀드(본지 지난해 12월 31일 자 14면 보도)를 활용해 현대상선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터미널 지분 54%의 매각가는 1000억 원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을 놓고 기업 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써온 한진해운이 사실상 청산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정리해고 방침까지 고려할 때 청산되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석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