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협력업체 신용등급 기준 B+ 상향
- 139사 신청, 53곳만 기준 충족
- "지원 장벽 한 단계는 더 낮춰야"

부산시가 경영난에 허덕이는 지역 조선 기자재업체에 대해 1000억 원 규모의 운영자금 대출을 보증하는 지원책을 내놨지만(본지 지난 7월 22일 자 1면 보도),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가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2차 협력업체 등 중소기자재업체의 부도를 떠안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책 지원 대상 업체의 신용등급 등 진입 장벽을 높여 놓았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지난 7월 조선 기자재업체 긴급자금지원 특례보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1차 조선 협력업체의 신용등급 기준을 'B-'로 정했지만 2차 협력업체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나 높은 'B+'로 상향 조정했다. 시가 보증하는 대출 자금의 규모는 1000억 원이며 이율도 신용보증 대출로는 매우 낮은 수준인 연 2.47%로 정했다. 50억 원을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시는 250개 이상의 지역업체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신용등급 장벽이 높아지면서 지원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업체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 조선해양기자재공업조합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139개 업체(569억 원 상당)가 신청했지만, 시의 기준을 충족한 업체는 3분의 1 수준인 53개사(239억 원)에 불과하다.

370개 회원사를 가진 이 조합 관계자는 "5년 동안 B 등급 이상 업체의 부도율은 5%에 그쳤다. 통계를 적용하면 1000억 원 중 50억 원이며, 이는 부산시가 내놓은 특별출연금만으로도 충당할 수 있다"며 "정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신용등급을 한 단계 정도는 낮춰도 여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조선 기자재업체 관계자는 "중소업체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가 나선 것은 고맙지만, B+ 등급은 중소업체로서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며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STX조선해양의 채권을 회수하지 못한 기업도 가슴을 졸이기는 마찬가지다. 시는 이 업체들에게도 20억 원씩 보증하기로 했지만, 9월로 예정됐던 STX조선의 회생인가 여부 결정이 오는 11월 중순으로 늦춰졌기 때문이다. 당장 한 푼이 급한 업체들 입장에서는 시의 지원책은 현재로서는 '그림의 떡'이다.

부산시는 앞으로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불황의 여파에 따른 업체들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업체의 회생 가능성이다"며 "추이를 지켜본 다음에 신용등급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