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평양·중국 연안·남해·서해 등
- 공해 떠돌고 있는 소속 선박 8척
- 법정관리 개시 불구 무기한 대기
- 회사 회생·고용보장 요구 목소리

- 노조 "난민상태 선원들 보라"
- 한진 사태 책임자 처벌 강력촉구

"우리는 항해할 준비를 마쳤다. 해운을 잃으면 나라도 없다. 고용권 생존권 보장하라. 정부는 한진해운을 지원하라. 우리의 목소리가 제발 하늘과 땅에 닿기를!"

	3일 오후 전남 여수 세존도 남쪽 40㎞ 지점 공해상에서 한진해운 소속 18만t급 벌크선 한진 리자오호 선원들이 '한진해운 구하기(SAVE HANJIN SHIPPING)' '생존권 보장'등을 요구하며 해상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진해운 노동조합 제공

'하늘이 처음 열린 날'인 개천절에 남해와 서해 먼바다, 중국 연안, 태평양 등의 공해 상을 떠돌고 있는 한진해운 소속 선박들에서 회사의 회생과 고용보장을 기원하는 선원들의 절규가 일제히 울려 펴졌다.

한진해운 해상연합 노동조합은 3일 오후 1시30분을 기해 전남 여수 세존도 남쪽 40㎞ 공해 상을 지나던 5300TEU(6m짜리 컨테이너 1개 단위)급 컨테이너 선 한진 파리호와 18만t급 벌크선 한진 리자오호 등에서 동시에 해상 시위를 벌였다.

	3일 오후 여수 남쪽 40㎞ 지점 공해상에서 한진해운 노조 간부들이 한진 파리호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일 법정관리 개시 이후 한 달 넘게 육지를 밟지 못한 채 공해 상을 떠돌고 있는 선원들은 갑판에 서서 '생존권 보장하라' '위기의 해운업 우리가 지킨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요한 위원장 등 한진해운 노조 간부 4명도 이날 오전 11시 전남 여수 돌산항에서 낚싯배를 타고 출항, 2시간 30분 만에 이들과 조우했다. '생존권 사수'라고 적힌 검은색 머리띠를 두른 간부들은 한진 파리호 등 대형 선박 곁으로 접근해 손을 흔들고 구호를 함께 외친 뒤 "좋은 소식 갖고 돌아오겠습니다. 건강 잘 지키세요"라며 잠깐의 해후를 아쉬워했다.

	3일 오후 한진 시애틀호 선원들이 미화 3000달러의 한진해운 살리기 성금을 모아 해상 시위에 동참했다.

이날 해상 시위에 참가한 선박은 남해 쪽의 이 2척 외에 전남 신안군 흑산도 부근 공해 상의 한진 함부르크 호, 한진 롱비치호(이상 8600TEU급 컨테이너선), 한진텐진호(6500TEU급), 한진화이트호(4300TEU급) 등 4척과 중국 옌티안 인근 해상의 한진 로테르담호(8600TEU급), 태평양 항해 중인 한진 시애틀호 등 모두 8척이다. 특히 한진 시애틀호 선원들은 한진해운 살리기 성금 미화 3000달러를 즉석에서 모으기도 했다.

한진해운 노조는 이날 '우리는 항해를 하고 싶다'는 성명서를 내고 "해운에 무지한 정책당국자들의 의사·행위와 한진해운 대주주의 책임 회피로 한국 해운업이 위기를 맞았다"고 한탄했다. 이어 "전 세계 해양을 거미줄처럼 누비며 물류 최일선을 지켜야 할 선박들은 무기한 대기 상태로 정지해 있다"며 "한진해운 회생 위한 정부지원, 선원 생존권 및 고용권 보장, 한진해운 사태 책임자 처벌 등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3일 오후 벌크선 한진 리자오호 선원들이 갑판에서 'SOS 한진해운' 등의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해상 시위와 관련, 이요한 노조 위원장은 "반난민 상태인 선원들의 심정과 의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단이 없었는데 개천절을 맞아 공해 상에서라도 이들의 목소리를 전해주고 싶어 준비했다"며 "선원들은 법정관리 개시일인 9월 1일을 선원주권을 잃어버린 치욕스런 날이라는 뜻으로 '국치일'로 정했다"고 전했다. 이승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