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에 처음 무역회사 설립
- 2002년 케이블 시장 뛰어들어
- 대기업과 거래, 연매출 141억
- 신조 선박 중개업까지 도전
- 2380억 원 규모 계약 따내기도
- "성별 장애된다 느낀적 없어
- 해외플랜트 시장 진출 계획"
글로벌 시대 여성의 활동 무대도 전 세계로 확대됐다. 헬루케이블코리아 정피아(52) 대표는 20대 때부터 무역회사를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을 내다 본 '여걸'이다. 그는 수출 중개 비즈니스를 펼치다 제조업체까지 설립해 연매출 150억 원대의 기업으로 키우는 등 거침없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
| 부산 강서구 헬루케이블코리아 본사 공장에서 정피아 대표가 산업용 케이블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헬루케이블코리아는 각종 산업시설 및 장비에 들어가는 케이블(전선)과 케이블 액세사리를 제조, 유통하는 기업이다. 현재 남부권의 경쟁력 있는 케이블 제조 및 유통업체로 자리 잡아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거래하고 있다.
■20대에 무역회사 창업
 |
| 헬루케이블코리아 직원들이 케이블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
헬루케이블코리아㈜(부산 강서구) 정피아 대표는 3년 전 이름을 바꿨다. 본명인 '정희자'가 해외 거래처에서 부르기에 발음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어릴 때 외국인 친구들이 '희자' 대신 불렀던 이름인 '피아'로 개명했다. 이름을 바꾸고 바이어와 소통이 더욱 편해졌다"고 말했다. 비즈니스를 위해 이름까지 바꿀 정도로 사업에 대한 그의 열정은 남달랐다.
서울의 한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던 그는 28살인 1991년 부산 중앙동에 '태평양무역'을 설립했다. 당시로서는 어린 나이에 창업에 뛰어든 것이다. 정 대표는 "회사에 소속되기보다 내 일을 하고 싶었다"며 "무역회사에 다니면서 쌓았던 경험과 열정을 믿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설립한 회사에서 신발 섬유 등 소비재를 수출 중개 하다가 산업재 수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 대표는 "노동집약적인 소비재의 생산 및 유통이 중국 베트남 등으로 이동하는 걸 보고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기술 중심인 산업재 수출 중개로 눈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1999년 무역회사 '선인터내셔널'을 설립해 전기전장 제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일찍 사업을 시작해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한 점과 세계 30여 개국에 혼자서 해외 출장을 다녔던 풍부한 경험이 산업재로의 전환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전기전장 제품을 유통하던 그는 산업용 케이블 시장의 전망을 보고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섰다. 정 대표는 "전기전장 제품은 케이블의 부속품이다. '메인 시장'으로 진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2년 현재의 헬루케이블코리아를 설립하고 케이블 제조 및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케이블은 기계, 자동차, 항공, 통신, 발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적용돼 시장이 넓다. 이 회사는 공작기계, 컨베이어벨트, 신호시스템, 광통신 등에 들어가는 케이블과 부속품 3만3000여 종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공장자동화(FA) 케이블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정 대표는 "최근 산업현장에 공장자동화 설비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케이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FA 분야 외에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반도체 등의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에 적용되는 클린룸 케이블은 탈피를 했을 때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는 특수 소재를 쓰고 있다. 정 대표는 "우리 제품은 난연성, 내구성, 내화성·내유성, 인장력, 유연성 등 품질이 높으면서 가격경쟁력이 있어 업체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헬루케이블코리아는 현재 현대·기아차 두산중공업 삼성전자 LG화학 포스코 현대제철 LG전자 한화 두산중공업 등 대기업과 거래하고 있다. 연매출은 지난해 141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150억 원을 내다보고 있다.
■공장자동화 케이블 경쟁력
정 대표는 케이블뿐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인 신조 선박(new building) 중개업까지 도전했다. 산업재 수출 중개의 경험과 노하우를 선박 분야에 활용한 것이다. 선박 중개는 진입장벽이 높아 해당 분야의 오랜 커리어가 없으면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지만, 정 대표는 무역업을 하며 쌓은 네트워크로 과거 설립한 선인터내셔널을 통해 2006년부터 선박 중개업을 시작, 2008년 2380억 원(수수료 35억 원) 규모의 최초 계약을 따냈다. 신조 브로커가 드문 가운데 메이저 조선소의 해외영업부 경력이 없이도 계약 체결에 성공한 이례적인 사례다. 정 대표는 "당시 죽을힘을 다해 공부하고 노력했다"며 "사업은 생물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지 않으면 후퇴된다"고 경영 철학을 밝혔다.
그는 20대 때부터 사업에 뛰어든 데다 여성의 진출이 생소했던 무역업에 도전해 쉽지 않은 길을 걸었지만 성별이 장애가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정 대표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없는 글로벌 비즈니스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여성 사업가라는 타이틀이 장애나 장점이 된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헬루케이블코리아는 향후 해외플랜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정 대표는 "여성들이 풍부한 사회생활 경험이 없더라도 열정을 가지고 도전을 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황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