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항·작업 4개항에 감사뜻 전달
- 협상·차질빚는 19곳엔 협조 당부
- 멜버른 등 3곳서 긍정 답장 받아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가 20일째를 맞은 가운데 부산항 관리 주체인 부산항만공사(BPA)가 최근 전 세계 주요 항만 당국에 한진해운 소속 선박의 원활한 입출항 및 작업 협조를 호소하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효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한진그리스호가 미국 서부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롱비치항은 지난 1일 한진해운 법정관리 개시로 중단됐던 한진 선박의 미국 내 항만 입출항 및 작업이 11일만에 처음으로 재개된 곳이다. 해양수산부 제공

BPA는 추석 당일인 지난 15일 밤 미국 롱비치항을 비롯한 12개국 23개 항만 관리 당국에 우예종 사장 명의의 긴급 협조 편지를 보냈다. 부산항 관리 당국이 전 세계 동종 업계에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SOS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이에 대한 긍정적인 답신은 20일 현재까지 3개 항만으로부터 도착했다.

"부산항의 굳건한 파트너로서 지금까지 귀 항만 당국에서 보여주신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로 시작되는 이 편지는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해온 항만 당국의 우정과 신의에 바탕을 두고 있는 호소문이다.

편지는 3종류로 나뉜다. 우선 한진해운 소속 선박의 입항 및 작업이 개시된 4개 항만(이하 지난 15일 기준)에 대한 감사의 편지다. 미국 롱비치항 시애틀항 오클랜드항, 일본 도쿄항 등이 그 대상이다. 편지에서 BPA는 "귀 항만 당국의 협조와 결단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 정부와 BPA는 조속한 사태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용효율 협상중인 4개 항만(함부르크항, 로테르담항, 뉴욕항, 싱가포르항)에 대해서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화물들이 무사히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귀항만의 적법한 권한과 권위로써 가능한 조치를 제공해 주시기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아예 입항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15개 항만에 대해서도 협조를 부탁했다. 이들 15개 항만은 이탈리아의 발렌시아 라스페자 제노아, 이집트의 수에즈운하관리청, 스페인의 알제시라스, UAE의 두바이, 멕시코의 만자닐로, 일본의 오사카, 호주의 멜버른 시드니, 중국의 상하이 닝보 샤먼 얀티엔 칭다오 등이다.

BPA의 편지에 대해 알제시라스항, 발렌시아항, 멜버른항 등 3개 항만에서 "선박들의 기항과 작업에 차질이 없도록 조처를 취하는 중"이라는긍정적인 답장이 왔다.

BPA의 한 관계자는 "부산항을 관리 운영하는 당국으로서 부산항의 성장과 함께해온 동반자인 한진해운의 불행에 뭐든지 해야 하는 심정으로 편지를 썼다"며 "조금씩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어 그나마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진해운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이 회사 소속 컨테이너선 97척 가운데 29척이 하역을 완료했고, 국내 하역 대상은 35척, 해외 하역 대상은 33척이다. 해외 하역 대상 중 24척은 공해 상 대기 상태이고 2척은 가압류, 3척은 입출항 불가 상태이며 4척은 항해 중이다.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