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통계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의 운송 수입과 운송 지급액은 각각 152억3000만 달러와 162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운송 수지(수입액-지급액)는 10억819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반기(6개월) 이상을 기준으로 산출한 운송 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6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7월 운송 수지는 19억6000만 달러 흑자였다. 운송 수지는 선박이나 항공기가 상품과 여객을 운송하는 것과 관련해 받거나 지급한 운임과 우편 서비스, 항공에서 제공한 서비스 대가 등을 포함한다.

우리나라의 연간 운송 수지 흑자 규모는 ▷2006년 22억 달러 ▷2007년 40억 달러 ▷2008년 76억 달러로 증가했으나 2009년에는 49억 달러로 감소했다. 2012년에는 흑자 규모가 102억 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그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에는 30억 달러 흑자에 그쳤다. 월별 운송 수지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1억 달러 적자를 낸 이후 7월 3억 달러로 적자 규모가 커지는 등 8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7월 운송 수지가 10억 달러 넘게 적자를 낸 것은 해운업계의 불황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기간 항공운송 수지는 32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반면 해상운송 수지는 8억94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한은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와 이에 따른 물류차질 사태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연간 운송 수지는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운송 수지뿐 아니라 수출 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의 수출액은 135억3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월별 수출액을 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다가 지난달 2.6%(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며 '마이너스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다시 3% 넘게 줄어들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사태로 수출 물량의 운송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관세청 관계자는 "국내 전체 수출 대비 한진해운의 물량 비중이 '아주 크다'고 볼 수는 없다. 부정적 영향도 크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간 품목별 수출을 보면 자동차부품(8.0%)과 선박(19.0%) 등은 늘었지만, 반도체(-5.2%) 석유제품(-5.7%) 무선통신기기(-21.3%) 승용차(-30.8%) 액정디바이스(-11.8%) 등은 줄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