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8개 항에 화물 모아 환적
- 운송지연 비용은 결국 화주 몫

- 압류금지 안 된다는 보장 없고
- 항로 바꿔 보험혜택도 못받아

한진해운 선박의 하역 지연에 대한 정부의 '세계 거점 항만 활용' 대책이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해양수산부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지난 5일 한진해운 소속 선박에 실려 현재 운송 중인 34만5000TEU(1TEU는 길이 6m 컨테이너 1개분)를 처리하기 위해 거점 항만 8곳(한국 부산·광양, 스페인 알헤시라스, 싱가포르, 독일 함부르크, 미국 롱비치·시애틀·뉴욕 항)에 화물을 모으고 다른 배에 실어 인근 항만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이들 항만은 한진해운 선박에 대해 압류금지(Stay oder) 명령을 할 수 있거나, 한진해운과 오랜 거래 관계가 있어 선박들이 압류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압류금지명령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거점 항만으로의 이송 정책 또한 화물 운송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 문제 등을 야기시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1일 개최한 긴급 수출애로 점검회의에서 복합물류운송주선인(포워더)들은 "비용부담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화주 불만이 커지고 비용부담 주체 등에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성토했다.

한국해양대 정영석 해사법학부 교수는 "적하보험(해상운송 화물의 손해보험) 약관에 따라 추가 비용은 화주나 포워더가 부담해야 한다. 또 정부가 대납하더라도 회수는 어려울 것"이라며 "항로 재편으로 인해 계약 변경이 이뤄져 화물 파손 시 보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전에 보험사들과 협의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현재의 약관상 선사 파산으로 인한 손실은 면책사안이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게 정 교수 설명이다.

한편 산업부는 중소 포워딩 업체들에게 연리 2.97% 조건으로 업체당 5~20억 원을 융자해주기로 했다.

정부의 부실한 사후 대책 외에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8, 9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직전까지 화물을 실은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발언해 해운업계와 학계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성결대 한종길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등을 통해 생존 노력을 하고 있었는데 7월 말부터 구주와 미주항로에 화물을 싣지 말고 청산에 대비해 영업을 중단했어야 한다는 말이냐"라면서 "해운업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