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 예년보다 당겨진 추석도 한 몫
- 고액 중심 1년새 판매 132% 증가

- 호텔 골프장 등에서 접대 가능
- 몇단계 거치면 추적도 불가능
- 현금화 쉬워 비자금 조성 우려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판매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던 백화점 상품권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높은 금액의 상품권이 더 많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기명 채권인 상품권을 법 시행 전 대량 구매해 현금으로 바꿔 비자금으로 활용하려는 기업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상품권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체 판매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132.3%나 증가했다고 6일 밝혔다. 특히 고액 상품권의 인기가 높았다. 50만 원권 166%, 30만 원권 6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고액 상품권의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상품권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공식적으로 실적 공개를 하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이 백화점의 상품권 판매 실적이 예년보다 좋게 나타난 것으로 내다봤다.

유통업계는 백화점 상품권 판매가 예년보다 늘어난 것은 올해 추석이 지난해보다 열흘가량 앞당겨진 데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영향 때문으로 분석했다. 백화점 상품권을 발행하는 대기업 유통업체의 경우 호텔을 비롯해 고급 레스토랑과 골프장 등 다양한 계열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굳이 현금화를 거치지 않아도 접대 비용 지급이 가능한 탓이다.

또 백화점 상품권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데다 전달하기가 쉽다. 상품권 일련번호로 추적이 가능하지만, 몇 단계만 거치면 사용처를 알아내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시중에 공급된 상품권은 30조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백화점 상품권은 26조 원이 넘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업계 관계자는 "50만 원 이상 고액 상품권을 선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기업들이 대량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백화점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비자금으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많다는 시각도 있다. 백화점 상품권은 액면가의 95% 이상으로 현금화가 언제든지 가능하다. 실제 이날 서면 롯데백화점 인근 '상품권 매입 매출' 가게에서 50만 원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꿀 경우 47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오는 28일부터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백화점 상품권 용도가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