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만, 컨당 500달러 보증금 요구
- 수에즈 운하 막혀 철도 긴급선회
- 넥센타이어도 선사 대체 비상

- 삼성전자 북미 물량 45%가 한진
- 11월 블랙프라이데이 특수 차질

한진해운 사태의 불똥이 수출기업들에도 튀면서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부산의 주요 수출 기업인 A사는 수출입 물량의 50%를 한진해운을 통해 유럽 등지로 운반했기에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5일 밝혔다.

A사 수출입 물량을 실은 한진해운 선박이 현재 공해 상에 4척, 독일 함부르크 항에 1척이 대기 중이거나 억류되면서 비상상태에 돌입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공해 상과 함부르크 항에 대기 및 억류된 물량이 컨테이너(40피트 기준) 360여 개로 금액으로는 총 1400만 유로(180억 원)에 달한다. 억류 물품은 항구에서 컨테이너당 보증금 500달러씩을 요구해 해당 비용을 주고 억류된 화물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애를 태웠다.

수에즈 운하 측이 통항료 선불을 요구하며 한진해운 선박 진입을 차단하면서 A사는 수출품 납기일을 맞추기 어려워지자 선박 대신 육로인 러시아를 거치는 철도를 이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A사의 협력업체들도 배에 실려 있는 한 달 치 수출 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비상 생산체제에 들어갔다.

넥센타이어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넥센타이어가 한진해운을 통해 북미로 수출하는 타이어 물량은 미주 전체 물량의 4분의 1에 달하는 24%이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긴급 물량은 대체 선사를 찾아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물량 교체 작업 중"이라면서 운송료 인상 등 직간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을 통해 미주와 유럽 수출물량 일부를 조달하는 금호타이어 측도 대체선박 물색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학업체인 욱성화학은 현재 미국 사바나 항에 하역할 화물을 실은 선박이 외항에 묶여 있다. 내륙 운송 물량도 한진해운 물품을 거부하는 상태인 데다 추가 비용을 컨테이너당 2000달러 이상 요구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욱성화학 관계자는 "미국 수출 안료는 관급공사에 납품되고 있는데 납기에 차질이 생기면 중국이나 인도에 물량을 뺏길까 우려된다"며 "납기 준수를 위해 현재 긴급히 물량을 추가 제조해 머스크 선박에 선적해 오는 9일 출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전업계도 비상이다. 삼성전자 등은 하반기 미국 최대 쇼핑 성수기인 블랙프라이데이(11월 마지막 주 금요일) 특수를 누리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해상 운송이 한 달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말이나 10월 초에는 블랙프라이데이 물량을 선적해야 하는데 한진해운 소속 선박들이 미국 항만에 입항하지 못하면서 수출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북미행 화물 중 한진해운 이용 비중은 45.5%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정오 부산 중구 부산무역회관에서는 한진해운 사태 피해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부경 화주물류협의회'가 긴급 소집됐다. 이날 회의에는 ㈜한진, 한진중공업, 용성해운항공, 동성화학, KCTC 등 한진 관계자와 화주·물류업체 12곳이 참석했다.

업계는 공통으로 선박 억류에 따른 납기 차질, 환적으로 인한 추가비용 발생, 납기 지연 등을 피해사항으로 꼽았다. 특히 이번 사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기업에 대한 저평가)에 대한 우려가 컸다. 경남 창원의 자동차부품 업체이자 외국인투자 기업인 한국티에스케이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에 대한 신뢰 하락이 우려된다. 현재 일본 본사에서 한진해운 물량을 에버그린으로 옮겨 처리하고 있다. 미국 수출품을 멕시코나 중국의 경쟁사도 생산하고 있는데, 미국이 나프타(NAFTA)가 체결된 멕시코로 거래처를 옮기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은정 황윤정 기자 iej09@kookje.co.kr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업체 피해 현황 지역 수출기업  A사 컨테이너(40피트 기준) 360여 개 억류 및 대기, 총 1400만 유로(180억 원) 상당,  억류 해제시 컨당 보증금 500달러씩 추가 요구 넥센타이어 북미 수출 물량 24% 대체 선사 물색 욱성화학 미국 사바나 항에 화물 도착 못함, 내륙 운송 컨당 2000달러 이상 추가 비용 요구 한국티에스케이 한진해운 물량, 일본 본사에서 에버그린으로 옮겨 처리 중 삼성전자 블랙프라이데이(11월 마지막 주 금요일) 특수 차질,  북미행 화물 중 한진해운 이용 비중은 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