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임 대주주·조양호에 떠넘겨
- 협력업체·중소 화주 지원방안
- 대출 원금상환 유예 방안 내놔

- 그룹차원서 자금 긴급수혈 논의
- 법원은 정부 신규지원 필수 의견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여파로 물류대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데도 정부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또다시 한진그룹 측에 돌리며 '뒷북 대책'을 내놔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5일 서울 프레스센터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한 물류대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단의 자금지원 중단 결정 이후 엿새 만인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물류대란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도 "원칙적으로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을 포함한 대주주들이 사회적 책임을 지고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화물을 안전하게 운송할 책임은 당연히 한진해운에 있고 한진해운은 여전히 한진그룹의 계열사"라며 "조 회장도 '회사와 해운산업 재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의 이 같은 발언은 한진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 등이 이뤄질 경우에만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할 수 있고, 적어도 물류대란의 일차적인 책임은 한진그룹 측에 있다는 점을 못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임 위원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정부 책임론'에 대해서는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해운·항만 물류대책 관련 시나리오를 검토했다"고 선을 그은 뒤 "물류 혼란 사태와 관련해 한진해운 측이 충분한 정보 제공에 협조하지 않아 정부가 선적 관련 화주 운항 정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책임을 돌렸다.

책임론 논란이 거세지자 한진그룹도 긴급 자금 공급에 나섰다. 한진그룹은 이날 오후 한진해운에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제안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이 채권단의 추가 지원 불가로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법정관리를 개시한 이상 그룹 손을 떠났다고 봐야 하는데도 그룹에 책임을 요구하는 논리가 어색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진해운은 회생절차 개시 및 관리인 선임에 따라 대표이사가 조양호·석태수 각자 대표 체제에서 석태수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고 이날 공시했다.

금융위가 이날 발표한 협력업체 및 중소 화주 지원방안을 놓고도 "해운업 붕괴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나온 뒤늦은 대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날 금융위는 전날 구성된 범정부 차원의 해운업 관련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 결과를 토대로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신보) 등 정책금융기관이 대출 및 보증의 원금상환을 유예하고 만기를 1년 연장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지원 대상은 한진해운과 상거래 관계가 있는 협력업체 457곳이다. 이들 업체의 채무액은 약 640억 원으로 조사됐다.

한진해운의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파산6부(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주말과 휴일 동안 물류대란 해결 방안을 논의한 결과 "정부의 신규자금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공해 상을 떠도는 컨테이너선의 하역만이라도 해놓아야 업체의 피해를 그나마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이에 필요한 비용을 1000억~2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