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상선은 영업망 훨씬 작고
- 중소업체는 아시아권 취급
- 한진 화물 수송대책 한계 많아

- 업계 "공장 문닫는 정도로 여겨"
- 정부 지원안도 사후약방문

- 억류·납기지연에 운임폭등까지
- 수출입 업체는 이중고 직격탄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물류대란에 정부는 사태의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또 수출입 업체와 화주들은 화물 납기지연 우려와 큰 폭의 운임 상승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해법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일 부산항 신항 한진해운 컨테이너터미널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오른쪽)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정부, 공허한 대책회의만

해양수산부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김영석 장관 주재로 수출입 화물 비상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물류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범한판토스 삼성SDS 한국선주협회 현대상선 흥아해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진해운 선박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따른 긴급수송대책이 논의됐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한진해운보다 세계 영업망이 훨씬 작고 흥아해운 등은 아시아 역내 물류를 주로 취급하는 해운업체여서 한진해운의 물량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 운송이 주 업종이고 범한판토스 등은 대기업인 모회사 물량을 주로 취급해 한진해운을 대체할 수 없다.

해수부와 함께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을 주도한 금융위원회도 부산하게 움직였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시장 동향 및 협력업체 지원현황 상황회의를 열어 한진해운 협력업체의 애로를 신속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기업금융 관련 국책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 부위원장은 "협력업체를 전수조사하고 업체별 일대일 상담으로 애로사항을 청취해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진해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한진 측의 협조를 구해 모든 협력업체 명단을 파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 대책이 사후약방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해운 전문가는 "공장 하나 문 닫는 정도로 여기면서 금융위와 해수부가 일을 저질렀고, 지금의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한진해운 조양호 회장을 불신하는 것과 회사는 별개다. 한진해운에 대한 긴급 지원 예상액보다 피해를 수습하는 자금이 훨씬 더 들어간다면 이번 결정은 오판"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업체 백약이 무효

수출업체 중 한진해운을 이용했던 일부 업체는 한진해운 소속 선박의 압류, 회수 등으로 화물 억류 및 납기 지연을 겪고 있다. 또 이용 가능한 선박회사의 축소로 큰 폭의 운임 인상까지 감수해야 할 판이다.

수출액 300만 달러 규모의 지역 A 식품업체는 미주노선의 운송 비중이 90% 이상으로 한진해운 사태가 터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 업체 관계자는 "선박 한 척은 1일(현지 시간) 미국 롱비치 지역에 하역했으나 물건을 못 찾아 발이 묶여 있다. 나머지 선박 한 척은 7일 후에 하역하는데 그때까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납기일을 못 맞춰 난감하다"고 말했다.

중소 수출기업들은 통상 한진해운과 협력해 선사와 기업을 연계하는 포워딩 업체에 전적으로 운송을 맡겨, 외항선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는 수출 대기업에 비해 차질이 더 크다. 현재 대체선박을 수배하는 업체들은 물류 수요 증가로 운임이 폭등하는 데도 배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는 '수출물류애로 신고센터'를 긴급 설치해 운영 중이다. 전국적으로는 한진해운 사태로 납기가 지연돼 거래중단 위기를 겪고 있는 업체가 이틀간 25곳으로 신고됐다. 전체 피해 금액은 434만3657달러(48억6000만 원)로 추산됐다. 오는 5일에는 부산경남지역 소재 수출입 및 물류기업을 회원으로 보유한 '부경화주물류협의회'를 긴급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선다.

정옥재 황윤정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