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생 위해 뛰는데 청산설 웬말
- 정부지원 없이도 꼭 독자 회생"

한진해운 본사는 서울에 있지만, 전 직원 1500명 중에서 해상직 조합원 600명으로 구성된 노동조합도 부산지사에 있고, 세계적 선사들과 피 터지는 전쟁을 벌이는 '해운 전사' 주력부대도 부산에 있다. 이들이 1일 부산항에서 사법부와 회사 임원들을 향해 "국가대표 국적선사 한진해운은 반드시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1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판사들이 부산신항 한진해운신항터미널(HJNC)로 들어가고 있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신청으로 선박 입출항 등이 전면 중단됐다. 연합뉴스

이요한 한진해운 노조위원장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신청 하루 만인 이날 오전 부산 신항 한진해운신항터미널(HJNC)을 방문한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 판사들과 면담한 후 "법원이 한시라도 빨리 법정관리 개시만 해준다면 우리는 죽지 않는다"고 절규했다.

이 위원장은 "해상직 직원 1명이 창출하는 연간 매출액이 2000억 원이다. 해운산업은 브랜드 가치와 눈에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 등 인적 자산이 생명인데, '국가대표 해운 네트워크'로 불리는 한진해운의 '지구촌 그물망'은 아직 건재하다"며 "법정관리 개시로 불확실성만 제거되면 전 직원이 '회생'을 위해 목숨 바쳐 뛸 각오"라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판사들께서 무형의 인적 자산이 해운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사안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해 줘서 그나마 큰 위안이 됐다"며 "회사가 어려움에 부닥친 이후 고통 분담과 노사화합 차원에서 단체협상 등 과정에서 거의 전적으로 회사에 일임했다. 고용유지 노력도 노사가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노조와 별도로 이날 판사들을 안내한 조규성 해사기획팀장 겸 선대관리팀장은 "법원이 신속히 재산보전 신청과 포괄적 금지 명령 요청을 받아들였다"며 "회생을 위해 뛰고 있는데, 정부 일각에서 '청산'을 이야기하고, 알짜 자산과 우량 네트워크의 현대상선 인수설 등을 퍼뜨리는 것은 옳지 않다. '여론 플레이'만 없고 법원의 공정한 판단만 내려진다면 우리는 살아올 것이다. 시간 싸움이다"고 밝혔다.

한진해운 부산지사 직원들은 "수년 전 파산 위기에 놓였던 CMA-CGM은 프랑스 정부의 직접 지원을 받고 회생해 곧 출범할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결성을 주도할 정도가 됐다. 이제 우리가 살아난다면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회생한 세계 최초의 선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이 이날 오후 7시를 기해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린데 대해 이 위원장은 "시급을 다툰다는 오늘 아침 우리의 진심이 전해진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뼈를 깎겠다"고 말했다.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