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만료 등 미납…잇단 입항 거부
- 가압류 우려 소속선박 공해 계류
- 대체선박 부족 운임료 폭등 예고

법원이 1일 한진해운 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했다. 한진해운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치다.

	1일 부산항 신항 한진해운부두에서 일부 화주들이 컨테이너를 반출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한진해운 선박 입출항과 컨테이너 운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이날 "국내 최대 국적 선사이자 세계 7위 수준 컨테이너 선사인 한진해운이 우리나라 해운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국가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신속하게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법률상 관리인은 현 석태수 대표가 맡도록 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조치로 물류대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진해운 소속 선박들이 부산신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항만에서 입출항을 못 하게 되면서 수출입 화물의 대량 납기 지연사태와 운임 급상승에 따른 산업체 부담 가중도 예상된다.

이날 부산신항에 들어오려던 한진해운 소속 선박 5척이 입항하지 못했다. 이들 선박은 부산신항의 한진해운신항만(4선석)에 입항하려 했지만, 컨테이너를 고정하는 래싱 업체들이 18억 원가량의 미수금을 이유로 작업 거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부산해양수산청이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래싱 업체에 협조를 당부했고 부산항만공사도 지불보증을 약속했지만, 업체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금융위원회와 해양수산부가 한진해운의 '청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관련 업체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해운신항만을 통해 수출될 예정인 화물들은 신항 내 다른 터미널로 이동하는 등 부산신항은 이날 큰 혼란을 겪었다. 전 세계의 한진해운 선박들은 입항이 거부되거나 화주 등의 가압류 우려 때문에 항구에 들어가지 못하고 공해에서 떠돌고 있다. 공해에서는 채권자들이 압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롱비치와 시애틀 등의 컨테이너 터미널들은 한진해운 선박에 실어 나르려던 컨테이너를 돌려보냈으며 중국 상하이와 샤먼, 스페인 발렌시아 항에서는 한진해운이 사용료를 내지 못할 것을 우려해 선박 입항을 막았다. 한진해운이 속한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인 CKYHE의 회원사인 에버그린, 코스코는 한진해운 선박에 화물을 싣지 않기로 했다.

국내 주요 수출 기업들의 피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을 이용해 국내에서 만든 가전제품을 수출하는 전자업체들은 납품 지연 사태를 빚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승렬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