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8·25 가계부채 대책' 여파로 부산 일부 지역이 처음으로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이들 지역은 높은 청약경쟁률에 비해 실제 계약률이 저조해 공급과잉 우려를 낳고 있다.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분양보증 예비심사 등 주택공급 절차가 까다로워져 지역 주택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
29일 이원욱(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민간아파트 초기분양률' 자료를 보면, 부산 기장군과 금정구 부산진구 등 3개 지역은 청약경쟁률에 비해 실제 계약률은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장군의 경우 올해 1분기 평균 45.14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냈으나 2분기 계약률은 57.0%에 불과했다. 계약률(초기분양률)은 직전 분기 분양물량을 대상으로 집계되는데, 기장군에서는 1분기 258세대가 분양해 2분기까지 147세대만 계약됐다. 금정구와 부산진구의 1분기 평균 청약경쟁률은 각각 35.91 대 1과 7.11 대 1이었지만, 2분기 계약률은 두 지역 모두 61.9%에 그쳤다. 이들 지역의 계약률은 2분기 전국 평균 계약률(70.5%)에 못 미치는 것으로, 같은 기간 부산의 다른 지역인 동래구(100%)와 해운대구(95.0%)의 계약률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HUG는 지난 2월부터 미분양 관리지역을 지정하고 있는데 지난 7월 말 현재 경남 창원, 울산 북구 등 20곳이 지정돼 있다. 기존 미분양 관리지역은 ▷직전 3개월간 미분양 물량이 50% 이상 증가한 지역 ▷누적 미분양 세대 수가 직전 1년간 미분양 발생 세대수의 배 이상인 지역에 한해 지정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8·25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면서 주택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기존 기준 외에 청약경쟁률은 지나치게 높은 데 반해 실제 계약률은 현저하게 낮은 지역과 인허가 건수가 급증한 지역 등을 파악해 다음 달부터 미분양 관리지역을 확대 지정할 방침이다. 앞선 부산의 3개 지역은 새롭게 추가된 기준에 의해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부산에서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한 곳도 없다. 건설사들은 정부가 지정한 미분양 관리지역에 택지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택지 매입 전 HUG로부터 사업수행 능력과 사업성, 사업여건 등을 검증하는 분양보증 예비심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의 분양 활동이 위축되고 주택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침으로 분양시장의 '거품'이 일시적으로 다소 빠지는 효과는 있겠지만, 결국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동의대 강정규(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분양 관리지역 확대 지정은 일시적으로 공급 과잉에 대한 경고가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전매제한기간과 청약자격 기준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