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안 대신 슈퍼컴 키워드로 하루 컨테이너 5만개 중 표본 100개만 직접 조사
- 심사 전문·정확성 떨어져…부산세관, 타깃팅 강화키로

최근 관세 당국이 대형 담배밀수 조직을 소탕했지만, 세관 직원의 범행 과정 연루 의혹 등을 둘러싼 검찰 수사(본지 지난 19일 자 8면 보도)가 시작되면서 오히려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 신항 통관 검사의 허술함이 노출되고 있다. 밀수 조직이 덜미가 잡히기 전까지 6차례나 신항을 통과했는데도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은 점인 신항통관국의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21일 수입·수출업계와 부산세관 안팎에 따르면 지난 18일 검찰의 부산 신항통관국 압수수색 및 직원 조사와 관련해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수출입 화물 통관 절차 간소화 방침에 따라 축소된 세관의 수입품 검사가 밀수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적발된 밀수 조직은 지난 3월까지 7회에 걸쳐 국산 담배 77만6000갑(시가 35억 원 상당)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구매해 컨테이너에 감춘 뒤 나무의자를 수입하는 것처럼 선적서류를 꾸며 부산항에 들여왔다. 밀수품은 마지막 범행이 적발되기 전까지 신항 화물정보분석과의 통관검사를 6차례나 통과해 보세창고가 있는 대구까지 운반됐다. 일반화물보다 보세화물 운송비가 비싼 점을 고려할 때 부산으로 들어온 물건이 대구 창고까지 보내지는 점은 이상 요소로 보기에 충분했지만, 해당 화물검사 당시 세관 당국은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건 일체를 넘겨받은 검찰은 오히려 '비정상적'이라며 세관 직원의 묵인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부산세관은 컨테이너를 이용해 담배 141만갑(시가 64억원 상당)을 밀수입하거나 밀수출한 3개 조직을 적발했다고 9일 밝혔다. 부산 남구 북부산세관 세관압수창고에서 압수된 컨테이너 2대 분량의 담배 68만여갑(시가 30억원 상당)을 공개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이에 대해 부산세관은 "6차례나 뚫림으로써 통관국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 맞다"며 "심사 과정에서 컴퓨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고 자인했다. 신항의 경우 하루 5만 개 안팎의 유입 컨테이너를 불과 30여 명의 직원이 검사한다. 산술적으로는 1명당 1600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담항하는 셈이다. 관세청 슈퍼컴퓨터가 몇몇 위험 요소를 키워드 삼아 도출한 자료를 토대로 하루 100개의 화물만 육안 조사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통관국 인력 상당수가 지원 업무 담당자여서 심사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슈퍼컴이 걸러도 화물 쪽은 사람이 직감으로 이상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까지 전체 수입 화물을 육안 조사했다. 하지만 수출입 기업 규제를 최소화하는 정부 시책에 따라 통관의 신속성을 강조하다 보니 심사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세관 측의 설명이다. 조훈구 부산세관장은 "이번 사례를 토대로 현 관세 행정의 취약성을 본부에 보고하겠다"면서도 "물리적 한계가 있는 만큼 타깃팅을 통한 정보 분석을 강화하는 게 지금은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신항 통관검사

· 하루유입 컨테이너 5만개, 검사직원 30여명

→ 산술적으로 1인당 1600개 꼴

· 그래서 도입된 '슈퍼컴퓨터'

- 위험요소 키워드 삼아 표본 걸러내

- 하루 100개 화물만 사람이 육안 조사

· 심사과정 컴퓨터 의존도 높아 결국 검사 과정 허술함 노출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