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하위직 규제 허술 악용
- 고위직 관련 기관행도 여전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해피아'(해수부+마피아) 문제 때문에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됐지만 퇴직 공무원들이 산하기관 등에 재취업하는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된 지 2년이 지나면서 정부 부처가 민간 영역을 개방해 업계의 창의성을 높이자는 법 취지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31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고, 고위공직자(1, 2급)는 취업이 제한되는 직무관련성 범위를 그 공직자가 일했던 부서 단위에서 기관 단위로 확대했다.

하지만 3급 이하는 직무관련성의 범위를 기존 부서 단위로 유지했고 취업 허용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이 있으면 가능(고위공무원도 포함)하도록 했다.

하지만 개정 공직자윤리법 시행의 도화선이 됐던 해양수산부의 경우 장차관 이하 고위공직자들도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고 부이사관 이하 공무원들은 법망을 피해 대거 산하기관 고위 간부로 재취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가 허술한 중·하위직 공무원들도 퇴직 후 대거 산하기관에 내려가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해수부에 몸담은 '장관에서부터 주무관'까지 24명의 퇴직 공무원이 현재 산하단체에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개정 공직자윤리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이후 3급 이하 해수부 퇴직 공무원 13명이 산하 기관 등에 재취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하위직들은 취업심사가 엄격하지 않은 법 규정을 악용하고 있었다. 실제 해수부에서 지난 4월 퇴직한 A 씨는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항로표지기술협회 취직에 대해 '취업가능' 판정을 받았다. 개정법은 중·하위직 공무원이 재취직할 때 직무관련성 범위(5년간 그 부서 관련기관이 아닐 것)를 부서 단위로 봤기 때문이다. A 씨의 퇴직 전 근무처는 인천해양수산청 항로표지과로, 해수부 본부의 항로표지과가 아니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해석됐다.

재취직자들이 해당 기관에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 논란이 잠잠해진 지난해 7월 B 씨를 한 공공기관의 간부로 내려보냈으나 과도하게 경영 전반에 개입해 해수부의 골치가 되고 있다. 해당 기관 관계자는 "해수부 퇴직자 때문에 조직의 기강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퇴직 후 관련 기관에서 자리를 찾으려는 고위 공직자들의 행태도 여전하다. 올해 초에는 수산업계 대표조직인 한국수산회의 회장 자리를 놓고 차관 출신들과 1급 출신자가 경쟁하면서 서로 난타전을 벌였다. 윤진숙 전 해수부 장관은 지난해 5월 해수부 산하 협회인 한국연안협회 회장에 취임했고, 이은 전 해수부 차관은 올해 1월부터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