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자윤리법 엄격한 적용
- 윤리위 취업 승인규정 수정
- 정부몫 배제·심사과정 공개
- 민간 경력자 채용 늘려야

공직자들의 퇴직 이후 산하기관 등에 재취업하는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된 지 2년가량 지났지만,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는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3급 이하 중·하위직 공무원 퇴직자들이 허술한 법망을 악용해 전문성도 없는 산하기관 등에 대거 재취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그동안 고위 공무원 위주의 관피아 문제가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산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 때문에 중·하위직 공무원들에게도 공직자윤리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고위 공무원(1, 2급)과 3급 이하 중·하위직 간에 직무 관련성의 범위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3급 이하 공무원들에게는 허술한 법망이라는 비판이 많다. 고위 공무원은 직무 관련성의 범위를 부처 전체로 두는 반면, 중·하위직 공무원은 직무 관련성의 범위를 부서로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3급 부이사관은 정부 부처 실·국의 주무과장이거나 광역자치단체 국장급 공무원이고, 4급 서기관이 주로 맡고 있는 정부 부처 과장은 관리직이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실무를 전담하는 관리직들은 산하기관에 입김이 센 만큼 이들에 대한 직무 관련성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자윤리법을 재개정해 관리직인 사무관 이상의 직무 관련성의 범위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직자윤리법에서 취업심사 대상자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취업을 할 수 있게 한 규정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공무원인 정부위원(4명)과 민간위원(7명)이 참여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승인 과정이 비공개로 돼 있어 '깜깜이 검증'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민간위원도 정부가 위촉하게 돼 있어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민간위원이 누구인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공직자윤리위의 심사 과정을 공개하거나 정부위원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정부 부처의 장차관과 주요 보직자들이 산하 공기업을 비롯해 공공기관과 협회 등에 대한 지배권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자정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는 당장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부처 조직의 활력을 높이고 비고시 출신 공무원들도 능력 위주로 내부 승진하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간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을 공직사회에 합류시키는 '민간 경력자 채용'을 늘리는 것도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정옥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