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차에 고가 블랙박스 땐 자차보험료 큰폭으로 올라 손해

'블랙박스 할인을 받으면 보험료가 올라간다고?'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소비자들의 안전운전에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제도를 운용해 주목받고 있다. 추가로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보험료가 할인되는 '블랙박스 특약'도 있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는 때아닌 '블랙박스 보험료' 논란이 일었다. 금융당국이 블랙박스 할인 특약이 자기차량손해 담보 보험료(자차보험료)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4분기부터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총 보험료가 오히려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고객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블랙박스 때문에 보험료가 인상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입장이다.

사진=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새 차 살 땐 블랙박스가 도움

최근 블랙박스는 자동차에 장착되는 옵션이 아닌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감시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고 있다. 자동차 인구의 증가와 함께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려운 사고들이 잦아지면서 하나의 증거로써 블랙박스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CCTV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범죄행위와 같은 사회적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블랙박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5월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추세 모니터가 자동차를 보유했거나, 월평균 1회 이상 직접 운전을 하는 전국 만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차량용 블랙박스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91.5%가 차량용 블랙박스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건은 블랙박스와 보험료의 상관관계다. 여러 면에서 다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높지만, 요즘처럼 한 푼의 소중함이 절실한 시대에 보험료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반길 소비자는 없다. 그렇다면 블랙박스로 할인되는 금액보다 자차보험료 인상액수가 진짜 더 많을까?

일단 자차보험료가 올라가는 것은 맞다. 보험사가 보장해야 할 찻값이 블랙박스 금액만큼 높아진다. 그러나 블랙박스 가격을 10~30만 원으로 보면 블랙박스 장착 시 주어지는 할인금액이 더 높다. 예를 들어 찻값이 2255만 원인 40세 남성의 총 보험료가 82만9900원일 때 블랙박스를 달면 3.35% 할인돼 2만7830원이 할인된다. 만약 이 차에 50만 원짜리 블랙박스를 장착하면 차량 가격이 2305만 원으로 올라가 자차보험료가 21만2900원(전체 보험료의 약 30%)에서 4100원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블랙박스 장착 할인액 2만3730원에서 4100원을 빼면 1만9630원을 할인받는 셈이다.

■자차보험료 인상액이 큰 경우

블랙박스 할인보다 블랙박스 장착으로 인한 자차보험료 인상액이 더 높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연식이 오래돼 가액이 200만 원 정도인 차량에 100만 원 상당의 블랙박스를 달았다고 가정해보자. 블랙박스를 차량 가격에 포함할 경우 자차보험료가 50% 가까이 뛸 수 있다. 전체 보험료가 3% 내려가더라도 자차보험료가 큰 폭으로 올라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보험료의 1%만 할인하는 영업용 차에선 이런 일이 조금 더 많을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에서는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한다. 블랙박스는 보험료 할인은 물론, 사고예방과 사고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게다가 블랙박스는 3년 후면 감가상각으로 0원이 된다. 자차보험료는 그대로면서 보험료만 매년 3% 할인받을 수 있으므로 블랙박스를 다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차보험료 급상승은 고급형 블랙박스를 설치한 일부 극단적 사례로 제한된다"며 "보험료 인상을 걱정할 필요 없이 차에 블랙박스 등 물건을 추가 설치하면 자차보험료가 그만큼 올라간다는 사실만 알면 된다"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