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의 서핑문화
- 서미희씨 1999년 숍 열고 개척
- 13곳으로 늘어…작년 8만명 즐겨
# 생활이 된 레포츠
- 숍 회원제로 출근 전 서핑 타고
- 여름뿐 아니라 한겨울에도 즐겨
- 인근 주민들 레저구역 확대 반대
- 설득하고 이해시켜 융화로 풀어야
해양스포츠의 지향점은 생활 속으로 녹아드는 것이다. 단순히 한두 번 해양스포츠를 체험하는 수준이라면 적당하지 않다. 해양스포츠가 일상이 되면 해양관광과 해양 관련 산업의 활성화, 일자리 창출은 당연히 따라온다. 해양레저과를 신설한 부산시의 정책 방향도 궁극적으로 생활화에 맞춰져야 한다. 그렇다면 해양스포츠 생활화는 이상향일까. 아니다. 바로 우리 눈앞에 모범사례가 제시돼 있다. 바로 송정해수욕장의 서핑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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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해수욕장의 자생적인 서핑 문화는 부산 해양스포츠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수백 명의 서퍼가 송정에서 서핑을 즐기는 모습. |
■스스로 일궈낸 문화
송정의 서핑 문화는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다. 송정 서핑 문화의 개척자는 송정서핑학교 서미희 대표다. 그가 1996년 송정에 처음 문을 연 것은 서핑이 아니라 윈드서핑숍이었다. 학창시절 펜싱선수를 했던 서 대표는 동호인으로 윈드서핑과 수상스키, 스키 등에서 뛰어난 실력을 뽐냈다. 윈드서핑을 너무 좋아해 숍까지 마련했던 서 대표는 1997년 우연히 한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처음 보는 남자가 작은 보드를 타고 송정해수욕장에서 서핑을 즐기는 모습을 본 것이다. 서 대표는 그를 집으로 초청해 2박3일 동안 교육을 받았다. 그는 한국계 호주인이었다. 한국어가 서툰 그와 서 대표는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대화를 나눴고 서 대표는 서핑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독학으로 3년 동안 서핑을 공부한 뒤 1999년 송정의 1호 서핑숍인 해운대세일링 클럽을 열고 본격적인 서핑 문화 개척에 나섰다. 여기서 잠깐. 독학으로 서핑을 익히는 것이 가능했을까. 만능 스포츠우먼이었던 서 대표는 금방 서핑의 원리를 이해하고 기술을 빨아들였다. 그리고 2012년 서 대표 이야기가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송정은 한국 서핑의 메카로 발돋움했다. 당시 하루에 문의 전화가 300여 통이 올 정도로 반향이 컸다. 그해 국내 최고 서핑 선수 중 한 명인 민경식 대한서핑협회 경기이사가 송정의 제2호 서핑숍인 서퍼짐을 개장했고 이후 서핑숍이 줄줄이 문을 열었다. 2014년 한 해 동안만 8개가 생겨나 현재는 총 13곳의 서핑숍이 운영 중이다.
지난해 송정에서 서핑을 즐긴 사람은 대략 8만 명. 이 중 대다수는 다른 지역 사람이다. 특히 7,8월 여름철 서핑을 배우는 사람은 거의 외지인이라고 봐도 된다. 송정이 서핑 문화 중심지에서 부산의 해양관광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생활로 정착한 서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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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서핑학교 서미희 대표. |
서퍼 김보영 씨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김 씨 직장은 일종의 탄력근무제를 실시한다.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까닭에 김 씨는 출근 전과 퇴근 후 파도가 좋으면 송정으로 향한다. 심지어 출근 전 2시간 동안 서핑을 즐기기도 한다. 그의 보드는 차에 실려 있다. 2003년 미국 유학 중 서핑을 배운 김 씨에게 서핑은 이제 생활이다.
이처럼 송정 서핑 문화의 진면목은 생활로 스며들었다는 점이다. 대부분 서핑숍은 회원제로 운영된다. 적은 곳은 회원이 20명 내외이고 많은 곳은 100명에 육박한다. 일회성 강습을 받는 사람 대부분은 외지인이지만 열혈 회원은 부산 사람이다. 서핑숍은 회원들의 보드를 보관해주고 샤워 시설을 제공한다. 회원들의 1년 회비는 숍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평균 40만 원 내외다. 이런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회원들은 출근 전이나 퇴근 후 들러서 부담 없이 서핑을 즐길 수 있다. 앞선 김 씨처럼 차에 보드를 가지고 다니는 서퍼도 적지 않다.
슈트 등 장비가 점점 발전하면서 계절적인 한계도 무너졌다. 한겨울 송정해수욕장에서 파도를 타는 서퍼를 보는 것은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런 송정의 서핑 문화는 부산 해양스포츠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확실하게 제시한다.
■주민 설득은 진행 중
송정의 서핑 문화는 지역 주민들 속으로 들어가 끊임없이 반대를 설득해서 만든 결과물이다. 하지만 아직 완성된 단계는 아니다.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만 놓고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금도 주민과의 협의는 이어지고 있으며 언제까지 해야 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애초 지역 주민들은 서퍼들이 몰려오면서 지역 상권이 타격을 받았다고 극렬하게 반대했다. 특히 여름철 성수기에 레저구역을 위해 수영구역을 축소하는 것은 주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올해도 레저구역 확대를 반대하는 민원을 넣거나 수상레저금지구역을 늘려달라고 주장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서퍼들이 선택한 것은 대립이 아니라 융화였다. 서미희 대표는 송정동 주민자치위원으로 5년째, 송정동 개발위원으로 2년째 활동 중이다. 각 서핑숍의 대표는 대부분 주민자치단체에 소속됐거나 주민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송정에서 마을 잔치가 열리면 젊은 서퍼들이 달려가 잔심부름을 하고 어르신들에게 막걸리를 따를 만큼 열심이다.
그렇게 해서 올해 여름철 레저구역이 지난해 50m에서 80m로 늘었다. 하지만 서퍼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여름철 수백 명의 서퍼가 80m 내에 몰려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그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민경식 서퍼짐 대표는 "초창기에 비하면 주민들이 서핑 문화를 많이 이해해 큰 힘이 된다"며 "앞으로도 서퍼와 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계속 찾겠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과의 융화 문제는 송정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여름철 해수욕장에서 해양스포츠를 즐기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정이다. 송정의 서핑 문화는 어떻게 지역 주민을 설득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 수상스포츠 7개 종목 특화된 해수욕장·강 지정
- 부산시, 예산·행사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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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열린 한국해양레저쇼에서 한 어린이가 장비 체험을 하고 있다. |
올해부터 시민들이 해양스포츠를 접할 기회가 늘었다. 부산시가 각 해수욕장과 강에 특화된 해양스포츠를 지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수상레포츠 특화사업'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시가 각 구·군의 제안을 받아 7개 종목의 수상스포츠 특화사업을 지정한 뒤 3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까지 총 4억 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다대포해수욕장(사하구)의 카이트보딩, 송도해수욕장(서구) 카약, 광안리해수욕장(수영구) SUP(스탠드업패들보드), 송정해수욕장(해운대구) 서핑이 특화사업으로 지정됐다. 서낙동강(강서·사상구)은 조정, 카누, 카약이 지원대상이다.
특화사업 대상으로 지정된 구·군은 시 예산을 받아 체험 프로그램과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다대포해수욕장에서는 지난 5월 카이트보딩대회가 열린 데 이어 카이트보딩 아카데미가 9월까지 진행된다. 송도해수욕장에서는 지난 5월 송도카약커축제한마당이 벌어졌으며 송도마린아카데미(5~9월)가 이어진다. SUP으로 지정받은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9, 10월 SUP 아카데미가 열린다. 서핑을 특화한 송정해수욕장(해운대구)에서는 5~10월 서핑 아카데미 교실이 개최되고 6월과 10월에 송정 서핑 아카데미 수료기념 서핑대회가 펼쳐진다. 이뿐만 아니다. 시는 지난달 24~26일 해운대해수욕장 일원에서 '2016 한국해양레저쇼'를 개최했다. 해양레저장비와 액세서리 전시, 해양레저영화 상영회, 해양스포츠 체험 등으로 꾸며진 올해 행사는 해양스포츠 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했다.
김희국 유정환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