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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해양스포츠로 부산 바다 열자 <2> 겹겹이 쌓인 장벽

바다 나가려니 곳곳서 차단…성수기엔 서핑·카약도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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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항만물류·조선업에 집중
- 관심밖 해양스포츠, 전문가 부족

- 계류장, 점·사용 허가 등에 묶여
- 해수욕장 개장 땐 수상레저 금지

- 일회성 행사·대회에 집중 지원
- 레포츠 시설도 꾸준한 투자를

지난달 21일 호주와 미국에서 온 세계 최고 서퍼들이 황당한 일을 겪었다. 24~26일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 제8회 부산시장배 국제서핑대회를 앞두고 연습을 위해 바다로 들어가려다 관계기관에 제지당했다. 해운대해수욕장이 개장 기간 수상레저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대회를 주최한 곳은 바로 부산시였다. 더구나 6월 해운대해수욕장 수영 구역은 전체 1.5㎞ 중 임해봉사실 앞 400m에 불과하고 서퍼들은 그곳으로 가지도 않았다. 서퍼들의 항의를 받고 관계기관이 협의한 끝에 연습이 허용됐다. 이날 해프닝은 부산 해양스포츠가 처한 힘겨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지난 16일 송정해수욕장 레저구역에서 서핑을 즐기는 동호인들. 해수욕장이 개장하면 부산에서 유일하게 송정해수욕장에 마련된 80m의 레저구역에서만 서핑이 가능하다.
■해양스포츠를 몰랐다

1876년 부산항이 개항한 후 지금까지 140년 동안 해양수도 부산의 주력은 항만물류와 조선업이었다. 당연히 부산항 개발과 조선업 발전에 무게 중심을 뒀다. 그래서 부산항은 세계 5위 항만이자 3위 환적항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위협에 힘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조선업도 부산 경제 주축 역할을 했지만 더는 아니다. 조선업 불황이 부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송정해수욕장에 설치된 수상레저활동금지구역 안내판.
이처럼 부산이 항만물류와 조선업에 치중하면서 해양스포츠는 관심 밖이었다. 결과는 심각하다. 우선 전문가가 부족하다. 취재를 위해 도움을 받으려고 찾아봐도 부산의 학계나 현장, 행정기관에 해양스포츠 관련 전문가는 손꼽을 정도다. 국내에서 해양스포츠 전공으로 1호 박사학위를 받은 지삼업 명예교수가 1995년 부경대에 해양스포츠 학과를 처음으로 개설하는 등 나름대로 활동을 펼쳤지만 아직 학문적 토대가 미약하다. 행정기관의 풍경도 비슷하다. 부산시뿐만 아니라 부산발전연구원에도 전문적으로 해양스포츠를 공부한 연구원은 찾기 어렵다. 시는 2007년 해양스포츠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하고 부산요트협회 전무를 역임했던 김정철 씨를 계약직 공무원으로 특별채용했다.

그리고 2009년 '부산 해양 레포츠 활성화 기본 계획'을 만들어 해양스포츠에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7년이 지난 현재 당시 기본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이뤄졌는지를 따지는 것은 고사하고 자료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7월부터 시에 해양레저과가 신설됐지만 정작 해양스포츠를 발전시킬 장기 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해양스포츠를 담당하는 부서가 체육에서 해양수산국으로 바뀐 것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규제에 막힌 바다

부산국제드래곤보트대회 모습.
해양스포츠를 통해 바다로 나가려면 굳게 닫힌 문을 몇 개 열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동력이든 무동력이든 해양스포츠 기구를 이용하려면 계류장이 필요하다. 바다에 계류장을 지으려면 우선 '수산업법'과 관련된 어민들의 어장인지 확인해야 하고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점·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어장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면 어촌계 등 어업 면허를 가진 사람이나 단체의 사전 동의도 얻어야 한다. 어렵게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아도 매년 적지 않은 금액의 점·사용료를 내야 한다. 사실상 진입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이뿐만 아니다. 부산의 대부분 해수욕장은 '수상레저안전법'에 따라 개장 시기 수영경계선에서 밖으로 50m까지의 영역이 수상레저활동 금지구역으로 묶여 있다. 수영객 안전을 위해 수상오토바이 같은 동력기구는 제한을 받아야 하지만 여기에 서핑과 카약 같은 무동력 기구도 모두 포함된다. 이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여름철 해양스포츠 활성화 발목을 잡는 것으로 지적받는다.

일부 전문가는 해양스포츠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광범위한 어장을 꼽았다. 그동안 정부가 수산업 중심의 정책을 펼치면서 해변에서 가까운 바다가 대부분 어장으로 지정돼 바다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어업을 생계 수단으로 삼는 어민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지만 최근 수산자원 고갈로 연근해 어업이 고전하고 있다"며 "이제는 어업을 대신해 해양스포츠로 바다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절적 한계와 엇갈린 지원 정책

부산컵 세계여자매치레이스 요트대회.
우선 극명한 사례부터 보자. 부산시체육회는 2013년 문을 연 화명수상레포츠타운 위탁 운영을 맡았다. 기간은 2013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3년이었다. 그런데 시 체육회는 2년 만에 중도 해지를 요청하고 그만뒀다. 가장 큰 이유는 2년 동안 쌓인 1억7000만 원의 적자 때문이다. 화명수상레포츠타운의 경우 2014년 1년 이용객이 4883명이었는데 이 중 4045명이 여름철인 6~9월에 몰렸다. 1년 내내 문을 열어도 여름철에만 제대로 운영된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시설 유지 관리를 위해 여름철 외에도 고정 인력이 근무해야 하는 등 비용이 많이 투입된다. 결국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 체육회 관계자는 "해양스포츠가 여름철에만 반짝 빛을 보는 한계를 극복해야 정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곳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해양스포츠 시설 관계자는 "슈트 같은 장비 발달로 1년 내내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여름에만 가능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는 시의 정책 방향에 대해 지적한다. 시가 올해 각종 해양스포츠 대회와 행사에 지원하는 예산은 총 37억4200만 원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부산수퍼컵 국제요트대회, 여자매치레이스 세계요트대회, 국제드래곤보트대회 등 국제대회 6개와 국내대회·행사 13개다. 반면 요트와 서핑, 조정, 카누 등의 체험 프로그램에 3억3900만 원을 투입하고 올해부터 지역별 수상레포츠 특화사업으로 4억 원을 배정해 총 7억3900만 원이 해양스포츠 지원에 쓰인다. 문제는 해양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투입하는 예산보다 일회성 행사나 대회에 너무 많은 돈을 들인다는 점이다. 한 해양스포츠 관계자는 "시가 지원하는 대회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과연 해양스포츠 활성화와 관련있는 대회가 얼마나 있는지 회의가 든다"며 "시가 해양스포츠 발전을 위한다면 지원 방향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수영만 요트장 재개발 지연, 부산 해양스포츠 침체 영향

- 8년간 찬반 논란 속 시설 방치
- 도색비도 없어 행정 사각지대

수영만 요트경기장 해상 계류장 입구.
부산의 해양스포츠가 침체에 빠진 이유 중 하나로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지연도 꼽힌다. 요트경기장 재개발은 2008년 시작해 8년 동안 격렬한 찬반 논란 속에 진행되다 지난 3월 시와 사업시행자의 협상 결렬로 중단됐다. 핵심인 요트경기장이 8년 동안 표류하면서 덩달아 부산 해양스포츠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서는 8년 논란이 가져온 처참한 결과를 들여다본다. 1986년 준공한 요트경기장은 1986년과 2002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 요트대회를 치른 국제적인 시설이다. 규모도 육상과 해상을 포함해 총 448척을 계류할 수 있는 국내 최대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로 준공 30년이 된 요트경기장은 8년의 논란 속에 철저하게 버려진 행정의 사각지대였다. 사실상 겨우 버티고 있다. 이는 시에서 최소한의 유지보수비와 운영비만 지원받고 있는 탓이다. 물론 언제 재개발이 될지 모르는 시설에 선뜻 돈을 풀지 않는 시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 상황은 한계를 넘었다. 예를 들어보자. 요트경기장은 19명의 청원경찰이 5곳의 초소에서 3교대를 하며 지키고 있다. 흔한 CCTV도 없다. 요트장 측은 올해 CCTV 설치와 페인트가 벗겨져 누더기가 된 관리사무동 도색 작업을 위해 7000만 원을 추경에 요청했지만 1원도 배정되지 않았다. 또 계류장에 정박한 각 배에서 사용되는 전기와 수도의 양을 측정하기 위해 개별 개량기가 필요하지만 돈이 없어 미뤘다. 그래서 현재는 개별 배가 아닌 계류장 전체에 부과되는 전기 요금을 납부하고 있다. 문제는 한 달에 전기세가 생각보다 많은 평균 1000만 원이 나오지만 해결책이 없어 요트장 측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밖에 계류비 등의 체납액이 15억9000만 원에 달해 요트장 측이 체납 징수를 위해 전문 직원까지 동원하고 있다.

김희국 유정환 기자 kukie@kookje.co.kr

◇ 전국 동력수상레저기구 등록 현황(괄호 안은 부산)

연도

합계

모터보트

고무보트

수상오토바이

세일링요트

2010

1392(25)

867(15)

174(1)

351(9)

0(0)

2011

1624(32)

1004(18)

223(1)

396(13)

1(0)

2012

2571(34)

1645(16)

261(2)

566(12)

99(4)

2013

3110(55)

1971(24)

338(4)

626(17)

175(5)

2014

3446(53)

2165(28)

403(6)

723(12)

155(7)

※자료 : 해양경비안전본부


◇ 수상레저사업장

연도

부산

전국

2010

7

864

2011

8

862

2012

10

914

2013

14

908

2014

27

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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