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 상인·수영구 아쉬움 토로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민락매립지의 복합개발 계획(본지 지난해 9월 14일 자 2면 등 보도)이 사업지 일대의 고도제한 완화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무산됐다. 복합개발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한 주변 상인과 수영구는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6일 수영구에 따르면 민락매립지 개발사업자인 A사는 최근 구에 개발사업 계획을 변경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A사는 애초 민락매립지 내 3만600㎡ 부지에 지상 27~45층 주거시설 5개동과 5~6성급 관광호텔, 대규모 판매시설, 국내 최고 수준의 미술관 등을 건립하는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복합개발 계획을 접고, 단순 주거시설(최고 25층 아파트)을 짓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처럼 A사가 애초 계획을 변경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은 수영구가 마련한 '광안리해수욕장 주변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의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수영구는 민락매립지 일대 건축물의 높이 제한을 현행 60m에서 150m로 높이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마련했지만, 시는 재검토 지시 등을 통해 3차례나 수영구의 변경안에 대해 퇴짜를 놓았다. 고도제한 완화가 시의 거듭된 반대로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A사는 사업성을 고려해 결국 애초 계획을 접기로 했다. 이에 따라 침체된 지역경제를 부활시키기 위해 변경안 통과를 추진한 수영구는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A사가 회계법인 삼정KPMG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 애초 계획대로 복합개발이 이뤄질 경우 연간 1552억 원의 경제유발 효과와 806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영구 관계자는 "아직 A사로부터 공식적인 사업계획 변경 통보를 받은 적은 없다"고 전제한 뒤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복합개발이 꼭 필요했는데 상당히 아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도시계획의 트렌드는 관광과 상업·주거 기능이 복합된 형태로 개발하는 것으로, 구는 민락매립지 일대의 고도제한을 완화해 복합개발을 추진하려 했던 것"이라며 "시가 여러 차례에 걸쳐 구의 변경안을 반려한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변 상인들의 아쉬움은 더 크다. 수변지역발전협의회 서봉연 회장은 "오랫동안 일대가 규제에 묶이면서 지역 상권은 갈수록 침체돼 복합개발을 바라고 있었는데 정말 허탈하다. 지금이라도 부산시가 고도제한 완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복합개발이 이뤄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10년 이상 사업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많은 고민 끝에 불가피하게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복합개발 계획은 무산됐으나 차선책으로 마련한 주거시설 건립을 통해 민락매립지 일대가 다시 살아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5년 공사가 끝난 민락매립지는 고도제한 문제 때문에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10년 넘게 나대지로 방치됐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