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얕은 수심의 바닥면. 베이지색, 주황색, 백색 등 연한 파스텔 색조의 예쁜 레이스들이 보인다.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부스러질 듯 약하게 보이는 이것은 하나의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수많은 이끼벌레(사진)들의 군집체이다.
이처럼 레이스 모양의 군집을 이루는 이끼벌레류를 섬세망이끼벌레라고 한다. 이끼벌레류는 전 세계적으로 4000여 종, 우리나라에는 150여 종이 있으며 태형동물에 속한다. 화석으로 미루어 볼 때 이들은 고생대 지질 시대에 상당히 번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산호처럼 군집을 형성하는 이끼벌레는 수 ㎜ 안팎의 아주 작은 개충들이 석회질 성분의 분비물을 내면서 껍데기를 만들고 그 속에서 살아간다.
이들은 군집을 형성할 뿐 아니라 폴립을 이용하여 조류에 떠밀려오는 먹잇감을 걸러 먹는 여과 섭식을 하는 등 여러모로 산호와 닮았다. 하지만 각 개체는 산호를 형성하는 산호충보다 구조적으로 진화하여 저마다 촉수, 입, 소화관, 항문, 신경을 갖추고 있다.
이끼벌레류 대부분의 종은 바다에 서식하지만 최근 4대강 유역에서 2m가 넘는 큰이끼벌레가 잇따라 출현하면서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큰빗이끼벌레를 수질 오염의 증표로 보며 4대강 사업 이후 수질 오염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큰이끼벌레류는 1~3급 수역에 두루 분포하며 수질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죽어 버리기에 수질오염으로 인해 새로 출현한 생물로 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