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관 "투자전략 노출 등 피해"
- 개인 "증시 변동성 축소 기능"
- 투기행위 억제 효과는 공감

자본시장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30일부터 시행되는 '공매도 공시제도'를 놓고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기관 투자자는 인적사항과 종목명 등을 공개할 경우 투자 전략이 노출돼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증시 변동성이 축소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다만 투기를 목적으로 한 공매도 행위가 억제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금융감독원은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 도입 등을 규정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30일부터 시행된다고 29일 밝혔다. 공매도는 '주식이나 채권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행사하는 매도 주문'을 말한다. 통상 투자자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종목을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되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다. 지금까지는 투자자 인적사항 등에 대한 공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장 왜곡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곤 했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공매도 잔고를 대량 보유한 개인·법인 투자자 또는 대리인은 공매도 잔고가 상장주식 총수 대비 0.5% 이상일 때 공시의무 발생일(T일)로부터 3영업일(T+3일) 오전 9시까지 종목명과 인적사항, 최초 공시의무 발생일 등을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 이후 금감원이 해당 정보를 한국거래소(KRX)에 전송하면 거래소가 'T+3일' 오후 6시 이후 KRX 홈페이지에 최종 공시하게 된다. 거래소는 다음 달 5일부터 홈페이지 공시 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했다. 공시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당국이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투기적 공매도 행위를 막고 시장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해당 제도 시행에 따른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투자 포트폴리오 등을 노출시켜야 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매도의 장점은 투자자 익명성"이라며 "기관의 공매도 투자 전략이 노출되면 'A 기관이 B 종목에 발을 담갔다'는 소문이 퍼져 오히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규모와 주가 추이를 분석하며 투자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 이 제도를 반기고 있다. 그간 개인 투자자들은 비밀리에 이뤄지는 공매도를 '주가 급락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간주해 왔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