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돔은 사실 이름에 '돔' 자 항렬을 쓰지만 그다지 고급 어종은 아니다. 붕어만한 작은 크기에다 그물질로 잡아내는 흔한 물고기이다 보니 '바다의 여왕'이라 불리는 참돔이나 최고의 횟감으로 대접받는 감성돔 등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에 자리돔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봄에서 여름에 이르는 시기 자리돔은 절정을 이룬다.

하지만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친숙하다. 봄부터 여름에 이르는 시기에 절정을 이루는 자리돔은 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며 단백질과 칼슘 공급원의 역할을 했다. 제주도 사람 중 허리가 굽은 사람이 드문 것도 어릴 때부터 자리돔을 통해 칼슘을 많이 섭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열대나 아열대 바다에서만 살아 제주도 특산으로 여겨지던 자리돔이 최근들어 부산을 비롯한 남해안과 울릉도 해역에서도 흔하게 발견되고 있다. 이는 대마난류를 타고 북상한 원인도 있겠지만 그만큼 우리나라 남부 연안의 수온이 올라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자리'라는 이름이 한자리에 머물러 산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한자리에 머물던 자리들이 지구환경 변화로 자리를 옮겨 다니게 되었으니 이름의 유래가 아이러니해졌다.

자리돔을 이용한 요리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리물회다. 매년 6~7월 제주도 서귀포시 보목항 일원에서는 자리돔을 소재로 한 자리돔 축제가 열린다.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자리돔을 잡는 전통 어업방식과 자리돔을 재료로 한 여러 가지 음식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제주도 사람들은 자리돔을 잡는 것을 '자리 뜬다'라고 한다. 이는 '테우'라는 전통 어선에서 그물을 이용하여 자리를 떠내는 어업 방식에서 유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