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문취소 속출 유통업자도 울상
- "정부차원 대책 시급" 목청 고조

'조리 때 가장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요리가 고등어구이'라는 지난달 환경부 발표가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본지 지난 4일 자 5면 등 보도)가 현실로 나타났다. 고등어 가격이 연일 내림세를 보이는 데다 관련 식품 유통업계의 수주까지 끊기는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5일 오후 부산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의 고등어 판매대가 찾는 손님이 없어 썰렁하다. 이승륜 기자

5일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일 중품 고등어 소비자 가격은 2949원(마리당)으로, 이는 일주일 전 대형선망 금어기(4월 20일~5월 20일) 이후 첫 출어 때 가격(지난달 26일 3451원)보다 15% 저렴한 수준이다. 최근 환경부의 고등어 관련 미세먼지 조사 내용 발표 이후 소비자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한 결과다.

앞서 지난달 23일 환경부는 실내 미세먼지를 조사한 결과 집 안에서 고등어를 구우면 미세먼지 나쁜 날의 30배 이상 농도의 미세먼지가 나온다고 발표했다. 이후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소비지 도매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발표가 있었던 달 24일 서울 도매시장 고등어 평균 경매 가격은 5만8000원(10㎏ 기준)이던 게 6일 뒤인 30일 5만 원까지 내려갔다.

이런 현상은 산지 어시장에도 나타나 부산공동어시장 고등어 위판 단가는 올해 첫 출어일인 지난달 26일 3800원(마리당)에서 29일 110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첫 출어일(2015년 6월 8일) 2200원이었던 고등어 가격이 3일 뒤 4700원까지 오름세를 보였던 것과 상반된다. 대형선망업계는 "고등어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범으로 몰리면서 위축된 소비심리가 산지 어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불똥은 중간 유통업자들에게도 튀었다. 이달 들어 고등어 주문을 취소하는 사태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부산 서구 남부민동의 한 수입·연근해 고등어 취급 업체 대표는 "수산물 소비가 부진해 창고 안에 팔리지 않은 고등어가 가득하다. 얼마 전 해양수산부가 비축 고등어를 싸게 풀어 피해를 보았는데, 이제 환경부까지 나서서 업계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업자의 경우 기존 거래 TV홈쇼핑에서 최근의 고등어 위상 약화를 빌미로 판매 시간대 배정에 까다로운 조건을 거는 등 페널티를 줘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악화하자 해수부는 '고등어 미세먼지 보도 이후 일부 언론에서 소비 감소 우려 등이 제기되는 만큼 고등어 가격 및 소비 동향 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우리 수산물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널리 알리고 소비를 활성화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해명 자료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 수산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문제를 일으키고, 해수부는 뒷짐만 지다 훈수를 두는 꼴"이라며 "최근 부산 수산업계가 환경부에 요구한 것처럼 장관의 고등어 공개 시식회 같은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