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위험·중수익 투자자 관심 쑥

- 은행권, P2P업체와 업무 제휴
- 법적 구속력 없어 감독 사각지대
- 정보공유 안돼 위험 키울 수도

개인 간 거래를 뜻하는 P2P(Peer to Peer) 대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P2P 대출 상위 6개사의 누적 대출은 88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220억 원에서 불과 반년 만에 시장 규모가 4배로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영업 중이거나 준비 중인 P2P 업체는 최소 30곳에서 최대 60곳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P2P 시장의 성장은 기존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했던 저신용자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쉽고, 비교적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중금리로 시장 확대

P2P 대출의 가장 큰 장점은 은행권에 대출이 막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등 2금융권을 찾던 4등급 이하 신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10% 안팎의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이 최근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15% 안팎의 금리를 형성하고 있다. 카드론이나 캐피탈사 대출도 10%를 훌쩍 넘는다. 10%대 중금리 대출이라고 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P2P 업체의 대출 금리가 낮은 것은 원가가 싸기 때문이다. 대출 중개업체도 끼지 않고, 점포 임대료나 인건비, 광고료도 적게 투입된다. 무엇보다 돈이 필요한 사람이 생기면 맞춤형 투자자를 모집하는 일종의 펀딩 형태로 돈을 모아 빌려줘 자금 재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고객 대부분이 고금리 대출을 갚기 위한 '대환대출'이 목적이다. P2P대출업체인 H사는 전체 대출자 중 42%가 대환을 목적으로 대출을 받았고, 또 다른 P2P업체 L사도 대환대출 목적용이 42.5%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급전이 필요한 경우에는 제때 필요한 돈을 빌리지 못할 수도 있다. P2P 대출은 대출을 심사하고, 심사 후에도 투자자를 모집해야 하므로 길게는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P2P 대출이 많이 알려지면서 투자자가 빨리 모여 대출 시간이 수 시간 내로 줄어드는 추세다. 일부 업체는 대출심사를 통과하면 회사 자금으로 먼저 대출을 하고 나중에 투자를 받아 대출 시간을 줄이기도 한다.

대출 부실을 낮추기 위해 심사가 깐깐해 승인율이 낮다는 점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다. 이들 업체의 대출 승인율은 5~6%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른 금융업에 비해 대출 한도가 적고, 대부분 원리금 균등상환 조건이어서 초기 부담도 비교적 크다.

저금리 기조 속에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의 관심도 커졌다. 개인·소상공인 신용대출, 건축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경매부동산, 동산담보대출 등 대출 종류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고금리 대출을 갚기 위한 '대환대출' 부문이 큰 강점이다.

■은행과 협업으로 제도권 도약

P2P 대출 업체가 은행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제도권 금융업체로 빠르게 도약하고 있다. 은행권은 P2P업체와 업무제휴를 맺고, 중금리 상품을 출시하거나 다른 투자상품을 내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P2P업체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P2P업체인 어니스트펀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10억 원을 투자했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전북은행이 P2P 업체 피플펀드와 업무제휴를 통해 P2P전용대출상품인 피플 펀드론을 선보인다. 피플펀드가 투자자를 모집해 자금이 필요한 이들을 연결하는 중계역할을 맡고, 은행은 부수 업무로서 수행하는 예금담보위탁형 P2P전용대출상품판매 및 관리업을 맡는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도 P2P 업체와 업무제휴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P2P 대출업체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대출자들의 신용정보가 다른 금융권으로 공유되지 않아 신용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에서 대출이 발생하면 개인신용펑가에 반영되고 이 정보가 금융권에 공유되는 것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것이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P2P 시장이 성장하면서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을 규제한 강력한 법적 장치가 없다"며 "다만 초창기에 법이나 제도로 강제해 놓으면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만큼 금융당국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