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경유 차량에 매기는 환경개선부담금을 경유에 직접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세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차량에 부과하는 환경개선부담금을 경유에 직접 붙이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유차는 대당 연간 10만∼80만 원의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를 폐지하고 대신 경윳값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경유에 직접 환경개선부담금을 매기려는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경유 유류세가 상대적으로 낮고, 공해를 많이 유발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유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받으면서 정부 차원에서 수요 억제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가 내놓았던 현재 100 대 85인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 가격 비율을 95 대 90으로 바꾸자는 안으로 추산해 볼 때, 경유 1ℓ에 150원 안팎 정도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거세다. 당장 준조세 부과에 따른 증세 논란이 일고 있다. 담뱃값 인상을 추진한 2014년에도 '건강을 위한 금연'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서민 증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경유는 버스, 승합차, 트럭 등 서민들의 생계수단에 사용되는 연료라는 점에서 '서민 증세' '꼼수 증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환경개선부담금 운영 방식을 바꾸려면 환경개선비용부담법 개정이 필요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경윳값 인상'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손을 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국내 전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용 경유의 ℓ당 평균가격은 1204.03원(오후 5시 기준)으로 전날보다 2.97원 상승했다. 경유 평균가격이 1200원 대에 진입한 것은 5개월 만이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