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은 선택은 재매각 나서거나
- 5만t급 경쟁력 내세워 독자생존
- 최악은 건조선박 인도 후 청산

- "동료들 동요…일 손에 잡히겠나
- 정부, 구조조정 옥석 가려달라"

"땅땅~, 왱~." 31일 오후 경남 사천시 사남면 초전리 SPP조선 작업장(독). 철 구조물에선 망치 소리와 함께 용접 부위를 매끄럽게 가는 그라인더 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SM그룹과 진행하던 매각 협상이 완전히 결렬됐다는 우울한 소식을 접하며 사천으로 향했지만, SPP조선에서는 평소처럼 선박 건조 작업이 한창이었다.

	31일 오후 경남 사천시 사남면 초전리 SPP조선 작업장. 평소처럼 선박용 철 구조물에선 망치와 그라인더 소리가 요란했다. 배재한 기자

"회사 생존 문제는 이미 우리 손을 떠났습니다. 유럽과 아시아 선주들로부터 수주한 13척의 선박을 제때 인도할 수 있게 맡은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SPP조선 작업장에서 만난 하용필(40) 씨는 "SM그룹과의 매각 협상에 큰 기대를 걸었는데, 협상이 무산됐다는 뉴스는 한마디로 청천벽력 같았다"며 "솔직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현장의 동료와 선후배들도 적잖이 동요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8년째 SPP조선에서 근무하는 하 씨는 "조선업 구조조정 얘기만 들으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계속 일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매각 협상 결렬로 SPP조선의 운명은 재매각 또는 독자 생존, 건조선박 인도 후 청산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매각 협상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연말 매각 입찰 때 SPP조선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SM그룹뿐이었다. SM그룹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 작업까지 마쳤으나, 드러난 추가 부실 문제로 인수를 결국 포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매각을 추진하더라도 인수자가 나설지는 미지수다.

SPP조선의 독자 생존 가능성도 열려 있다. 5만 t급 중형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분야에서 현대미포조선과 함께 세계 시장을 양분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RG(선수금 환급보증) 발급만 동의한다면 독자 생존도 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건조 선박 인도 후 청산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입사 3년 차인 최성규(31) 씨는 "재매각이든 독자 생존이든 하루빨리 결정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최 씨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 '빅3'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정부가 연일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SPP조선은 관심에서 멀어져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대형 조선소의 회생을 위한 관심과 노력의 100분 1이라도 SPP조선에 보여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독에서 만난 허준영(35) 씨는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컨트롤타워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우리 회사를 무턱대고 살려달라는 것이 아니다. 옥석을 제대로 가려 독자 생존 가능성이 있는 회사는 적절한 정책적 지원으로 회생시키는 게 정부와 채권단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배재한 기자 m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