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의 구조조정은 직원을 자르고 기업의 문을 닫는 방식으로 진행돼서는 안 됩니다. 살 수 있는 기업을 가려내 정부와 채권단이 정책적 지원으로 회생시키는 것이 국가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SPP조선 신인석(50·사진) 근로자위원장은 "중형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흑자를 내고 있는 조선소를 살리지 않는다면 국가와 금융기관이 벌이는 조선업 구조조정은 약자(중형 조선소)의 희생 속 강자(대형 조선소)를 살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M그룹과의 매각 협상 결렬로 SPP조선의 운명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매각 작업으로 회생을 기대했던 직원들의 실망과 한숨 소리가 사내 곳곳을 짓누르고 있다. 불과 5년 전인 2010년 SPP조선의 직원은 1300명에 달했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현재 직원은 580명으로 줄었다.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지난 5년 동안 임금을 동결해 실제 급여는 오히려 줄었다. 이 같은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 SPP조선은 지난해 575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신 위원장은 "2005년 창사 이래 11년간 단 한 번의 파업도, 처우개선 요구도 없이 직원들은 오로지 회사 발전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중형 조선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SPP조선을 없애기는 쉽지만 이런 회사를 다시 만드는 데는 십수 년의 세월이 걸린다"며 "공적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게 아니다. 재매각이든 독자 생존이든 SPP조선 살리기에 정부와 채권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배재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