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주채권 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의 규모가 업계 최대인 3조 원대로 추산되는 가운데 일반 직원의 급여 삭감과 함께 서울 본사를 경남 거제로 옮기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선 분야 자회사 매각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 강력한 자구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 지난해 채권단의 4조 원대 지원이 결정될 당시 1조8500억 원 수준의 자구안을 제출한 것에 더해 최근에 1조5000억 원가량의 추가 자구안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추진하게 될 최종 자구안의 규모는 3조 원을 웃돌 전망이다.

여기에는 임원뿐 아니라 생산·사무직 직원의 급여를 동종 업계 추세에 맞춰 10∼20% 삭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이 임금 삭감을 내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우조선은 경영난이 심각해진 지난해 8월 이후 본사 임원을 55명에서 30% 줄이고 임원 임금에서 기본급의 10~20%씩 반납하도록 했지만, 직원 임금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현대중공업이 선제적인 조치로 정규직 임금을 20% 정도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와 비슷한 수준의 조치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은 또 하반기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달간의 무급휴가를 시행하는 동시에 2019년까지 인력 2300여 명을 추가 감축해 전체 인원을 1만 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한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계획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본사를 옥포조선소가 있는 경남 거제로 이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대우조선 정성립 사장이 최근 사내 간담회에서 "향후 회사를 옥포조선소 중심 체제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동안 회사 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검토하지 않았던 조선·해양 관련 자회사들의 매각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서 대우조선은 DSEC, 삼우중공업, 신한기계, 웰리브 등의 자회사는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더 강력한 자구 수준을 요구받을 경우 이들 자회사의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불어 잠수함 등을 건조하는 방산 부문 특수선 사업부를 자회사로 전환한 뒤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도 자구계획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STX조선해양에 대해 법원은 "청산 대신 회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은정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