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식·범위 동의 과정 빠져
- 해당 노조들 반발 투쟁 예고

자구계획안 제출을 모두 완료한 국내 대형 조선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본격적인 구조조정 돌입을 앞두고 '노조 설득'이라는 변수를 만났다. 이들 조선 3사가 자구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노조로부터 충분한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장 이번 주부터 구조조정의 방식과 범위 등을 놓고 노사 간 적지 않은 충돌이 예상된다.

23일 산업은행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들 3사는 지난 20일 대우조선해양을 끝으로 인력 감축과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이 포함된 자구안을 채권단에 모두 제출했다. 따라서 조선 빅3는 앞으로 자구안 실행 등을 통해 힘겨운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긴축 규모는 대우조선해양이 2조5000억 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2조 원과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들의 자구안이 노조의 충분한 동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어서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20일 긴급 대의원 간담회에서 "방위산업 사업부의 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자구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날 현시한 노조위원장 명의로 성명을 낸 뒤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현 위원장은 "노동자를 자르고 특수선을 분할 매각하려는 의도를 서슴없이 드러낸 부실 경영의 장본인들과 대화할 필요가 없음을 절감했다"며 "자구안을 채권단에 일방적으로 제출한 경영진이 노조의 협조만 구한다면 그 즉시 총력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대우조선 노조는 ▷자구안의 백지화 ▷노조·회사·채권단이 참여하는 논의기구 구성 등을 사측과 채권단에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사측이 사무직에 이어 생산직 희망퇴직까지 단행(본지 지난 21일 자 8면 보도)한 것 등을 놓고 강력 투쟁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조는 24일 집단 감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시민공동대책위원회 출범 준비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오는 26일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임금 삭감 철회와 과장급 이상 희망퇴직 대책 마련을 위해 자사 노조와 일반직 지회, 사내 하청 지회와 모임을 한다. 또 오는 27일에는 민주노총 울산지부와 함께 조선산업 대량해고 사태에 대한 토론회를 열어 부당성을 대내외에 알릴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주채권은행마저 이들 3사가 제출한 자구안에 대해 일부 내용의 수정·보완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을 '느슨하다'고 평가해 이번 주 내로 보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대주주가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우조선 또한 지난 20일 자구안을 제출했으나, 이에 대한 주채권은행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대우조선은 서울 본사 사옥 매각을 위한 최종 협상대상자로 코람코자산신탁을 선정했다. 총 매각대금은 1800억 원에 달한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