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규모 따라 전략 달리 해야

"장수(長壽)는 투자의 기회입니다."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은퇴자의 투자 방식도 변하고 있다. 흔히 은퇴자들은 노후 생활비 증가로 주식 등에 투자하는 자산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은퇴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장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인구(남성 기준)의 평균 기대여명은 25.1년이다. 투자 기간이 20여 년에 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어떻게 투자하느냐다. 전문가 조언을 통해 은퇴 이후 자산관리 방법 등을 알아봤다.
■투자기간 길수록 원금손실 확률 뚝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시 전문가들이 추천한 '은퇴 이후 투자원칙'은 ▷투자 기간 확장 ▷자산 분산투자 ▷현금 흐름을 고려한 투자 전략 수립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은퇴자산을 주식 등에 투자할 경우 장기적으로 운용하면 단기 투자 때보다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정나라 연구원은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과 달리 주식투자 등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투자 기간을 길게 잡는다면 원금을 잃을 확률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주식시장의 연 수익률을 4.46%로 가정한 뒤 투자 기간별 원금손실(0원 이하) 확률을 조사한 결과 ▷1년 38.0% ▷5년 24.8% ▷10년 16.8% ▷20년 8.7% ▷30년 4.8% 등 투자 기간이 길수록 손실 확률이 낮아졌다. 이 연구소가 가정한 '4.46%'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토대로 추산한 향후 1년간 예상 수익률이다. 정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주식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투자 기간을 확장하는 것이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분산투자는 수익률의 변동성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같은 금액을 투자한다 해도 변동성이 낮을수록 투자 성과가 높게 나타나는 만큼 다양한 국가와 자산군에 골고루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자체 분석 결과를 보면 1985년부터 최근까지 30여 년간 국내 상장주식에만 투자했다고 가정할 경우 1년 수익률의 변동성(38.7%)은 40%에 가까웠다. 수익률이 해당 비율 만큼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국내 상장주식과 해외 선진국 주식에 절반씩 투자했다고 가정할 경우 변동성은 24.5%로 낮아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 은퇴자산을 분산 투자하면 한 자산의 가격이 급격히 변해도 다른 자산의 가격 움직임이 이를 상쇄하므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낮아진다"고 밝혔다.

■지출 많은 은퇴자 투자 비중 낮춰야

현금흐름을 고려해 투자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 은퇴 이후 자산 규모는 개인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은퇴자산에서 생활비를 써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연금과 같은 정기적인 소득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사람도 있다. 자산 규모에 따라 투자 비중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우선 자산을 생활비로 써야 하는 은퇴자들은 투자 비중을 낮춰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운용자산이 줄어들기 때문에 한 번 손실을 입으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반면 노후에도 연금 등 일정한 소득이 있다면 투자 비중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 수입이 지출보다 많은 은퇴자는 수익률이 나쁘더라도 회복될 때까지 감당할 수 있는 여유분을 보유한 셈이므로 투자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경록 소장은 "길어진 기대수명에는 '노후 필요자금 증가'라는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산관리 측면에서 투자 기간이 길어지는 장점도 있다"며 "은퇴자들은 '시간이 내 편이 되는 투자'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