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평균 36.9% 크게 웃돌아
- 조선·해운 대량실직 현실화 땐
- 상환 어려워 지역경제 부담
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의 가계부채가 전국 평균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지역의 주력 산업인 조선·해운업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대량 실직이 현실화되면 가계부채 부실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은행 부산본부에 따르면 부산지역의 가계부채(예금취급기관 기준) 잔액은 2010년 말 31조4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현재 49조 원으로 56% 급증했다. 이는 전국 평균 36.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동남권 경제 벨트로 묶인 울산과 경남의 증가 추세는 더욱 가파르다. 울산과 경남은 각각 같은 기간 72.8%, 80.8% 늘어났다.
이처럼 동남권의 가계부채가 불어난 것은 해운·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지역 경기가 둔화한 가운데서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며 주택담보대출은 늘었기 때문이다. 전체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부산 66.4%→71.5%, 울산 58.2%→61.4%, 경남 47.9%→53.9%로 증가했다.
부울경의 주택매매가격지수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지역의 주택매매가격지수는 2010년 말과 비교해 각각 20.4%·25.8%·21% 급등했다. 이는 전국 평균 6.2%에 비해 3배 이상 높고, 서울(1.1%) 등 다른 지역보다도 훨씬 높다.
문제는 동남권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으로 대량 실업 사태가 하청업체까지 확산할 경우 당장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만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올해 1/4분기 구직급여 신규신청자 수는 부울경이 각각 2.9%, 18.2%, 4.8% 급증하는 등 구조조정 여파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허리띠를 바짝 조여 매면서 최근 수년간 처음으로 동남권 가계부채 증가율이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올해 1월과 2월 부울경의 가계부채 증가율을 보면 각각 0.4%, 0.6%, 0.6%로 전국 평균(0.7%)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조선 기자재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퇴직자는 희망퇴직금 등을 받아 당장 큰 부담을 느끼지 않겠지만, 중소 하청업체는 문제가 다르다"며 "정부가 실직자 안정대책과 가계부채 부실화 문제까지 고려한 대책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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