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수용 않으면 불이익" 압박
- 노조 "계속 강요 땐 9월 총파업"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금융당국과 금융공공기관 노동조합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금융공공기관의 고임금과 무사안일주의를 변화시키겠다며 칼을 빼 들었지만,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노조는 성과주의 도입은 저성과자 해고를 합리화하는 관치금융의 시작이라며 총파업까지 결의해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부, 생산성향상·청년고용 확대
15일 기준 금융위원회 산하 9개 금융공공기관 중 예금보호공사와 자산관리공사(캠코) 등 2개 기관만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예탁결제원,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 7개 기관은 성과주의를 거부하고 있다. 노조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서 도입을 결정한 캠코도 '강제 동의서' 논란이 불거져 노사 간 갈등을 빚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공기업에 성과주의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타 기관에 비해 높은 연봉과 경직된 임금 체계로 인해 생산성이 낮아지는데다 호봉제 임금형태가 청년들을 직접 채용하는 것을 기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 비중을 30%로 확대하고 일반 직원의 최고·최저 연봉 차이를 20~30% 이상 유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공공기관의 연봉은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9개 금융공공기관의 평균 연봉은 8883만 원으로 321개 전체 공공기관 평균 연봉인 6437만 원보다 2446만 원(38%)이 많다. 일부기관은 비간부직에 대해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고, 연봉제 기관도 기본연봉 자동인상, 낮은 성과연봉 차등 등으로 연봉제 도입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노조 "관치금융 폐해" 9월 총파업
금융위는 이 때문에 3차례에 걸쳐 금융공공기관장을 소집하고 성과주의 조기 도입 여부에 따라 '당근'과 '채찍' 정책을 예고했다. 성과주의 이행 수준에 따라 인건비를 0.25~1% 인상하고, 성과주의 조기 도입 시 기본 월급의 10~20%를 추가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끝까지 성과주의를 거부하면 '방만경영'을 이유로 내년에 보수와 각종 예산을 삭감할 수 있고 채용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조선·해운업에 대해 대규모 여신을 가진 산은과 수은은 외부 자본수혈을 위해서는 성과주의 도입이 불가피하다.
금융공기업뿐 아니라 대형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도 미미한 수준이다. 대상인 120곳 중 55곳이 도입하기로 노사가 합의했거나 의사회 의결이 완료됐다. 하지만 임직원 수로 톱 10에 드는 대형 공공기관은 한국전력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 2곳뿐이다.
이는 노조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노조는 평가체계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막무가내식 도입은 금융권의 무리한 실적압박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일각에서는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를 마음대로 하거나 임금이 삭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저성과자 해고제와 무관하며 성과별로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수준이지 전체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임금은 별도의 예산 계획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임금 삭감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는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요할 경우 오는 9월 총파업을 하겠다고 결의했다. 금융노조는 이에 따라 정치권이 나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구성된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오는 19일 야 3당 원내대표를 초청해 토론회를 연다. 또 한노총이 국회에 제안했던 국회 논의기구(특위)를 공대위 차원에서도 요구할 계획이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