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증시가 어느새 2000포인트를 넘나들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로존과 일본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규모를 확대하고 미국도 금리 인상을 서서히 시행할 것을 밝히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회복됐다. 국제유가는 2월의 저점 대비 50% 이상 급등했고, 신흥국들의 위험 수준을 볼 수 있는 EMBI Spread(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채권 금리 차)도 2월 중순 고점을 기록한 이후 123bp 급락하며 415bp 기록, 2015년 이후 평균 수준(427bp) 이하로 하락했다.

사실 경기 측면을 바라봤을 땐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지난 12일 IMF에서는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기존의 3.4%에서 3.2%로 하향 조정했고,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도 중국의 수입수요 감소 등의 이유로 3.2%에서 2.7%로 0.5%포인트 낮췄다. 19일에는 한국은행에서도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낮췄는데, 1분기 기업 실적 부진과 글로벌 교역 부진을 그 근거로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기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심리지표가 과열 수준을 보일 만큼 주가가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의 주가 상승은 경기나 기업실적을 선반영하는 증시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KOSPI가 장부가치 수준인 1980포인트를 넘어서고 난 이후부터 시장참여자들은 향후 펀더멘털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수출입 지표가 반등세를 보이고 원자재 가격도 상승하는 등 글로벌 디플레이션 국면 탈피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한국은행의 분석과 같이 비록 실질적인 기업 이익 확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던 기업들의 적자 가능성이나 그 폭이 줄어들 것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기업 실적 회복과 글로벌 경기의 반등세가 지속돼야 한다. 4월 말에 있을 FOMC 이후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관련 불확실성 등 대외 환경이 악화할 수 있는만큼 우리 기업들의 기초체력을 키워놓아야 한다. 기대감을 선반영한 주식 가격은 그 실체라고 할 수 있는 기업 이익의 확대가 없다면, 그리고 그 가시성(경기 회복) 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다시 하락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의 1분기 실적과 향후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는 5월 초 정도에는 증시의 방향성을 조금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 때까지는 주식 비중을 섣불리 조정하기 보다는 현재의 포지션을 유지하고 기업들의 실적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변성진·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