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오치훈에 운영 맡기고 보조
- 7형제·5남매 직접 결혼 시키기도

수영천과 광안대교가 눈 앞에 펼쳐진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센텀사이언스파크 22층 대한제강㈜ 오완수(77·사진) 회장 집무실. 그는 대한제강의 국내 3개 공장인 신평·녹산·평택공장 가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9개 폐쇄회로(CC)TV 화면을 살펴보다 넉넉한 표정으로 기자를 맞았다.

"세상 변화가 빠르다는 걸 저 화면을 보면서 실감하지."

3세 경영 체제를 굳히고 경영 일선에선 한발 물러서 있지만,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 했던 그의 60년 기업 인생이 느껴졌다.

"내가 사장으로 있을 땐 사훈이 '성실'이었어. 외환위기 때 문자 그대로 성실 하나로 전 직원이 뭉쳤지. 그러다 보니 '이러다 엎어지겠다' 하는 위기까지 안 가고 잘 넘어왔어. 요즘 경영인들은 성실한 사람보다 조금 튀는 사람이 낫다고 생각하나 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아들인 오치훈 대표이사와 솔루션 브랜드로 넘어갔다.

"일찌감치 유능한 사람을 구해서 회사 운영을 맡기고 나는 뒤에서 보조만 하겠다는 생각이 많았으나 마땅한 사람을 구하지 못했어. 마침 컨설팅회사에 아들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엄청나게 훈련시키더군. 자정 전에 퇴근하는 예가 거의 없고, 1년 중 6개월은 외국에서 근무했지. 그런 회사를 3년 정도 다녔던 무렵 '저 정도면 회사를 맡겨도 되겠다' 싶어 아들에게 '연봉이 얼마냐'고 물었지. 그때 아들의 연봉이 내 연봉보다 조금 많았어. 그래서 '내가 너를 스카우트하겠다. 내 연봉의 배 정도면 되겠느냐'고 제의해 우리 회사에 들어왔지. 그렇게 10년 정도 경영 수업을 한 뒤 사장을 맡겼어."

오치훈 대표이사는 대한제강의 새로운 토탈 솔루션 브랜드인 '스타즈'를 출시하고, 이후 '프레임웍스'로 발전시키며 연착륙했다.

"우리 회사가 연 매출 1조 원,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어. 예전 같았으면 불가능한 일이지. 관리기법이 달라졌어. 앞으로도 잘해나갈 것이라고 봐." 그는 "공장 증설 등 중요한 결정에 대해서라면 자문할 수 있겠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다"며 오 대표의 경영에 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 회장은 "기업 운영을 포함해 잊지 못할 일이라면, 35세에 부친이 돌아가신 뒤 10형제 중 7형제와 내 아들딸(1남 4녀)을 모두 내 손으로 결혼시킨 일인데, 나중에 보니 형제보다 내 자녀가 먼저 결혼하는 일이 생기더라"며 웃었다.

그는 2011년 폐암 수술 이후 산책과 골프 등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하루 1시간씩 신문을 읽고 자주 TV뉴스를 보며 세상 흐름을 살핀다.

"기업은 생물과 같아. 어려움이 항상 따라 다니지.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기업인의 몫이야. 기업인은 '운 7, 기 3'이야. 나는 지금까지 살아남았으니 한마디로 운이 좋았어.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 결국, 운을 만드는 것이 사람의 정성이라는 뉘앙스가 강하게 전해졌다.

경남중 경기고 고려대 출신으로 1964년 대한상사에 입사한 오 회장은 대한제강을 국내 가공 생산 능력 1위 회사로 키웠으며 지난해 6월 철의 날 기념식에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임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