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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클래스 300 <9> 이채윤 리노공업 대표

작은 비닐봉투 공장서 국내 최고 반도체 검사장비 회사로 '우뚝'

  • 국제신문
  • 황윤정 기자
  •  |  입력 : 2016-02-16 19:07:31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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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미음산업단지 리노공업 본사 제조 현장에서 이채윤 대표가 리노핀을 소개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사옥 직원 위해 골프장까지 갖춰
- 외국인 바이어 '5성급 공장' 찬사

- "설계부터 가공 조립 등 전 과정
- 일괄적 처리 공정시스템 갖춰
- 원가 절감하고 단기 작업 가능해
- 日보다 비싸도 우리 제품만 찾아"

부산 강서구 미음산업단지에 위치한 리노공업 사옥은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외관으로 삭막한 산단 내에서 단연 눈에 띈다. 건물 전면은 유리로 처리돼있고 정원에는 퍼팅 연습을 할 수 있는 넓은 골프 그린과 벙커, 연못이 펼쳐져 있다. '대표가 쓰는 공간이겠지' 생각했지만, 점심시간이 되자 직원들이 자유롭게 잔디밭을 오가며 휴식을 취하고 퍼팅 연습을 했다. 고급 레스토랑 같은 구내식당, 대리석이 깔린 화장실을 보고 외국인 바이어들은 '5성급 공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리노공업 이채윤(66) 대표는 "'직원들의 집'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공을 들였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창의성의 바탕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6번의 업종 변경

   
리노공업(주)은 최첨단 시설만큼이나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첨단부품인 반도체의 불량을 검사하는 반도체 및 인쇄회로기판(PCB) 검사용 테스트핀인 '리노핀'과 테스트 소켓인 '리노소켓'을 전문으로 생산한다. 지난 2013년 반도체 분야 선도 기업으로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 대표는 "월드클래스 프로젝트의 장점은 현재 실적뿐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인 경영 전략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심사를 준비하면서 우리 회사의 성과와 부족한 점 등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다양한 지원책보다 그런 부분에서 얻는 게 더 컸다"고 말했다.

리노공업 2층 전시실에는 리노공업의 역사가 담겨있다. 1978년 11월 리노공업사로 첫 발을 디딘 이후부터 현재까지 제품들을 차례로 전시해놓았다. 이 대표는 부인과 함께 자본금 300만 원으로 리노공업사를 설립해 비닐봉투를 생산, 판매했다. 당시만 해도 비닐은 이윤이 많이 남는 고부가가치 제품이었다. 제품을 판매할 때 판매상이 비닐에 넣어주는 것이 최고의 판매 전략이었던 때다.

이후 헤드폰 부품, 카메라케이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데 이어, 1980년대 중반에는 PCB에 있는 전자부품들 간에 전류가 제대로 흐르는지 검사하는 핀을 개발했다. 이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 사업에 눈을 돌렸다. 그는 "반도체가 미래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부상하고 있었고, 삼성그룹도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것 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도체칩이 설계된 목적에 맞게 기능을 하는지 검사하는 정밀부품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봤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핀의 수요는 여전했지만 후발업체는 수익성이 떨어졌다. 새로운 전략으로 삼성전자에 반도체 검사용 소켓의 국산화를 제안해 1995년 제품개발에 성공했다.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총 6번의 업종 변경을 거친 끝에 리노공업은 반도체 검사장비와 초음파프로브 등 헬스케어 분야의 국내 최고 자리에 올랐다.
■'양질의 제품을 빠르게 제공'

리노공업은 공장 환경이 쾌적하기로 유명하다. 이 대표가 직접 안내한 2층 작업 공간에 들어서니 제약회사에 들어온 것처럼 깔끔했다. 그는 테이블에 놓인 작은 접시 위 먼지처럼 작고 가는 바늘을 가리키며 "우리 회사의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그 티끌만한 핀이 회오리 모양, 십자 모양 등으로 정밀하게 깎여 있었다. 이 대표는 "종이컵에 제품을 가득 담으면 1억 원 어치"라고 설명했다.

이 먼지처럼 작은 검사 장비들을 만들기 위해 1만5497㎡ 부지에 3층 규모의 공장이 가동되고 있었다. 리노공업은 제품의 설계부터 정밀가공, 도급, 조립 등 전 과정을 미음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런 일괄 공정시스템은 일본 경쟁사를 뛰어넘는 비결이다. 거래처에서 핀과 소켓을 주문 받으면 기술연구소에서 설계와 도면을 작성한다. 도면은 정밀가공팀으로 전달돼 규격에 따라 핀이 제작된다. 이런 일괄 공정시스템은 원가를 절감하고 단기간에 작업을 해 납품기한을 빠르게 한다.

이 대표는 "사내 공정이 된다 하더라도 정밀가공, 도금 등 공정별로도 타사와 비교해 경쟁력이 높다.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한 제품을 만드는 이 체제를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다. 일본의 경쟁사 사장이 우리 공장을 견학하고 '어떻게 도면을 한 시간 안에 그리고, 4시간 만에 샘플 제작과 치수 검사를 마치냐'며 놀라워했다. 수천 개의 소켓을 두 달만에 만드는 회사는 리노뿐이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빨리 제공하니 일본 제품보다 가격이 약 20% 비싸지만 리노의 제품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리노공업의 경영철학은 '물어봐라'와 '미리미리'다. 출입문과 사무실 곳곳에 이 표어가 붙어있다. 이 대표는 "회의 때도 업무와 관련된 핵심 사원이 참여해 문제와 해법을 바로 도출한다. 보통 회의가 면피의 장이라면, 우리는 해결의 장이다. 조금이라도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묻고 협의하는 분위기가 정착되니, 양질의 제품을 빠른 시간 안에 만드는 체계가 잡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최고의 품질을 위해 노력하니 '월드클래스'라는 성과가 따라왔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고객은 냉철하다. 월드클래스 이름만으로 리노에 제품 생산을 맡기지 않는다. 오직 품질과 서비스만으로 승부하는 글로벌 기업의 입지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황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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