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물옷, 물질도구 등 제주 해녀문화 관련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해녀박물관 제공

- 부산·日 미에현 해녀문화 비슷
- 잇단 교류로 한일 신청 공감대
- 5월 세계수산회의때 안건 발의

- 경제효과보다 계승이 등재 본질
- 고령화·후계자 부족 해결 과제도

부산 해녀문화의 전승 발전을 위한 방편으로 공동의 해녀 교류사를 가진 일본과 함께 유네스코 등재 추진 등 민·관 차원의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이미 국가 차원의 해녀문화 육성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한일 해녀문화 유네스코 등재 추진

부산시는 한일 공동 해녀문화의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시는 오는 5월 23일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수산회의 때 관련 안건을 과제로 발의할 예정이다. 앞서 시는 지난해 9월 동의대 유형숙 교수팀과 일본 혼슈(本州) 미에현(三重縣)의 20, 30대 젊은 해녀를 초청해 기장 등지를 둘러보며 부산의 해녀문화를 소개했다.

과거 조선시대 제주도에서 진상용 전복을 캐는 직업 해녀가 많았던 것처럼 일본도 미에현 이세신궁에 해산물을 공수하기 위한 해녀가 살아왔다. 그 결과 현재 미에현에는 760명의 해녀가 있고 전통 해녀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

지난해 11월 6일에는 미에현 토바시에서 '제6회 해녀 서밋' 행사가 2일간 열려 일본 13개 지역과 한국 부산 등의 해녀 220명이 만나 서로의 현황과 과제, 교류 방향을 논의했다. 당시 부산시와 미에현은 태평양전쟁 이전에 한일 해녀가 양국 수역을 오갔던 역사를 되짚어보고, 양국 해녀문화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올리자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 당시 토바시 바다박물관 이시하라 요시카타 관장은 "2016년 일본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다. 힘을 합쳐 귀중한 문화를 알려 나가자"고 말했다. 부산시 박철오 수산자원과장은 "한일 해녀의 풀뿌리 교류 확대가 중요하다. 부산에서 해녀 서밋을 열면 일본 해녀를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해녀 자부심 느낄 지원 뒤따라야

해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를 통해 관광 등 일부 경제적 효과는 있겠지만, 그것이 본질이 돼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동의대 유형숙 교수는 "유네스코 등재는 지역에 기반 둔 전통 해녀 문화의 위상을 높여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한 차원으로 봐야 한다"며 "부산 해녀에 대한 관심을 높여 명맥을 이어가는 게 1차 목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후배 양성과 경제 활동을 뒷받침할 제도·예산 지원이 절실하다. 기장군이 올해 해녀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추진하지만, 2500만 원의 예산으로 직업 해녀 양성까지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문동어촌계 임덕이(70) 해녀회장은 "일본은 총리 부인이 해녀 서밋에 관심 가질 정도로 국가 지원이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 해녀 고령화가 심각했던 일본은 3~4년 전부터 국책사업(도시 재생 프로그램)의 하나로 한 달 15만 엔, 주택 등을 3년간 지원하는 해녀 인턴 양성 프로그램을 했다. 그 결과 나가사키현에서 1명의 해녀가 정착해 지역 어부와 결혼을 하는 사례가 나온 데 이어 미에현에서도 많은 젊은 해녀가 배출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 제주도에서 지난해 5월 법환동 어촌계가 서귀포시·수협의 도움을 받아 직업해녀 양성 학교를 열었다. 이미 10명의 '인턴 해녀'가 어촌계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또 구좌읍 해녀박물관에서는 해녀문화 보존·전승에 관한 조례 제정 등 싱크탱크 역할을 해오고 있다. 박물관 강권용 학예사는 "제주는 탈의실부터 어장 복구, 무상의료까지 매년 해녀사업에 100억 원을 투자한다"며 "외형적인 해녀문화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뱃사람과 함께 하대 받던 해녀가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일할 수 있는 정책·예산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