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컨테이너 환적 처리 물량 1000만TEU(길이 6m짜리 컨테이너 1개 단·이하 '개'로 표기) 시대를 맞고 총 컨테이너 처리량 1945만 개를 달성한 것은 분명히 신항 10년의 효과다. 최첨단 인프라시설과 넓은 배후부지를 '장착'한 신항은 지난 한 해 동안만 무려 컨테이너 1264만 개(잠정치) 이상을 처리했다. 이같은 처리 실적은 신항 개장 이전인 2005년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처리량 1184만 개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같은 효과에 힘입어 부산항은 개항 140주년을 맞는 올해 사상 최초로 '컨테이너 2000만 개 시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부산 신항의 대약진은 앞으로 부산항이 풀어야할 적잖은 문제점과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항만 간 글로벌 경쟁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신항이 탄생했지만, 부산항은 상하이 싱가포르 칭따오 홍콩 등 주변국 주요 항만과의 경쟁 뿐 아니라 '북항 대 신항 경쟁', '신항 내 터미널 운영사 간 경쟁' 등 예기치 못했던 내부 경쟁에까지 노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 하역료 덤핑 등 이른바 '출혈 경쟁'이 빚어지면서 항만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컨 하역료 10년 전 비해 반토막

부산 신항의 한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는 "현재 부산항의 컨테이너 1개 하역료는 수출입 및 환적 화물의 평균 가격이 4만3000~4만5000원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는 신항 개장 이전인 2005년께의 약 10만 원 선에 비하면 반토막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 간의 물가인상분을 감안한다면 거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결국 신항 탄생에 따른 북항과 신항의 물량 확보 전쟁에 직접 '선수'로 나서는 북항 4개, 신항 5개 등 9개나 되는 부산항 내 터미널운영사간 경쟁이 심화된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1978년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전용 자성대부두가 개장한 이후 28년간 이어져온 '북항 독점 체제'가 신항의 등장과 함께 '경쟁 체제'로 바뀌면서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운영사들은 경쟁적으로 화물을 싣고 내릴 때 받는 하역료를 깎아주기 시작했고, 선사들은 이를 활용해 운영사들에게 더 싼 하역료를 제시하도록 압박하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이같은 하역료 덤핑 경쟁 속에서도 결국 시설과 장비 면에서 뒤처지는 북항의 쇠락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북항의 물동량은 매년 줄어 2006년 1180만개에서 지난해에는 659만 개로 절반 수준이 됐다. 반면 신항의 물동량은 지난해 1264만 개로 부산항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신항 개장 후 10년간 부산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화물은 1184만 개에서 1945만 개로 761만 개(64.3%) 늘었지만 하역료가 떨어져 실제로 운영사들의 수입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실속은 없는 결과를 불러왔다.

■터미널 운영사 통합 열쇠 찾아야

이같은 비효율적 운영에 대한 해답은 결국 난립한 운영사 통합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치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북항에는 운영사 4개, 신항에는 다목적터미널을 제외한 5개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에 5개의 운영사가 있다.  2020년까지 추가 개장할 신항 2-4, 2-5, 2-6단계 터미널 운영사까지 합치면 부산항의 운영사는 12개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최고의 환적항인 싱가포르항의 경우 모든 부두를 하나의 회사(PSA)가 운영하고 있어 부산항과 대조를 이룬다.

신항과의 경쟁에서 밀려 최근 5년간 1591억 원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북항의 운영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단일 운영사를 만드는 통합작업에 나섰다.

부두마다 운영사가 다르면 항만효율을 높이는 데도 지장이 있다. 물량이 많은 부두는 선박이 대기하는데 물량이 적은 부두는 시설을 놀리는 일이 벌어진다. 각각 별도로 터미널이 운영되는 까닭에 화물적치장에도 서로의 구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연석으로 경계를 짓고 있다. 어떤 터미널은 컨테이너 쌓아둘 땅이 모자라고 그 옆 터미널의 부지는 비어 있어도 서로 협업이 되지 않는다.

현재 가장 큰 1만8000개 짜리보다 더 큰 2만1000개 짜리 선박이 본격적으로 운항할 2020년 이후에는 선박 대형화에 맞춰 여러 부두가 동시에 엄청난 돈을 들여서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 하나의 운영사가 여러 부두를 동시에 운영하면 노는 선석이 없도록 선박을 유도하고 초대형 선박을 전문으로 하역하는 선석을 정해 그 곳에만 비용을 투입하면 그만큼 시설 확충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신항의 운영사가 지금처럼 많아진 데는 민자로 부두를 건설한 정부 정책도 큰 몫을 했다. 지금 운영 중인 5개 컨테이너 부두 가운데 2개는 민간이 짓고나서 국가에 소유권을 넘기고 50년 간 운영한다. 2019년 말에 개장할 부두 하나도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말에 착공했다. 5개 터미널 운영사 가운데 그나마 공공 기관 성격인 부산항만공사(BPA)가 지분(9%)을 가진 곳은 신항5부두 운영사인 부산신항커네이너터미널(BNCT) 뿐이다.

■BPA, 주도적 역할 회복해야

BPA는 부산항의 관리 및 전체적 운영, 마케팅 등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올해 BPA는 환적화물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부두간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시책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부두 운영효율을 높이는 방안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부산항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북항 운영사 통합에 주도적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은 고무적 현상이다. 신항에 밀려 비중이 크게 줄었지만 연간 600만 개 이상의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하는 북항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BPA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4개 운영사 통합을 추진 중이다. 특히 BPA가 직접 이 단일 운영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앞으로 외국의 항만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글로벌 부두 운영사(GTO)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북항 운영사들간에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를 효과적으로 조율해 예정대로 올 상반기 중 통합 운영사 출범을 성사한다면, 신항 개항 이후 기대했던 부산항의 진정한 경쟁력 향상을 위한 첫 단추를 제대로 꿰는 셈이다.

BPA 우예종 사장은 "신항의 운영 효율성을 더 높이고 북항 운영사 통합작업도 차질 없이 진행해 부산항이 컨테이너 2000만 개 시대라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